반정부 시위대, 대선 참여 거부…‘시민 불복종의 날’선포
33년 넘게 이어진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마감하는 예멘 대통령 선거가 피로 얼룩졌다.
대선이 치러진 21일(현지시간) 예멘 남부 일대에 분리주의 세력을 비롯한 대선 반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어린이 1명을 포함한 4명이 숨지는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예멘 정부는 일부 대선 반대 세력의 공격 등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약 10만명의 병력을 전국의 투표소 주변에 배치했지만 성난 시위대를 막지 못했다.
남부 아덴시 다르사드 선거관리본부 인근에서는 이날 남부 분리주의 무장세력과 경찰의 총격전으로 10세 어린이가 숨졌다.
아덴시 만수라 지역에서도 남부 분리주의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경찰 1명이 숨졌고, 다르사드 지역에서는 경찰 2명이 부상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남동부 하드라마우트 주의 주도 무칼라시에는 투표소를 덮친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군인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하드라마우트 주의 다른 지역에서도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경찰 2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남부 라히즈 주에서는 남부 분리주의 무장세력과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시위대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남부에서는 전일 대선 반대 세력과 경찰이 충돌하고 일부 투표소가 공격을 받았다.
남부 분리주의 세력을 비롯한 일부 반정부 시위대는 자신들의 자치나 독립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고 살레 대통령의 면책을 공식화할 수 없다며 이번 대선 참여를 거부해 왔다.
특히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선거 당일인 이날을 ‘시민 불복종의 날’로 선포하고 선거 불참 운동을 펼쳤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아덴시의 투표소 가운데 절반이 남부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점거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북부 후티 반군 세력은 일반시민이 투표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선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아비얀 주를 비롯한 남부 일부 지역은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가 여전히 건재해 중앙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 부족과 무장세력으로 갈라진 예멘 사회의 통합이 남부 출신인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차기 대통령에게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아랍의 봄’으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튀니지 등 4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합의된 절차에 따라 정권 교체를 이뤘다는 예멘 국민의 자부심도 이날 유혈 사태로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