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먹기’로 은행대출…‘돈 가뭄’ 심화 예상
자본시장에서 대기업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주식이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직접 조달하는 자금규모가 대기업의 3%에 불과한 수준인 것이다.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은행대출조차 여의치 않을 전망이여서 당분간 중소기업의 ‘돈 가뭄’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에 중소기업들의 직접 자금 조달액은 2조5000억원으로 대기업(72조2000억원)의 3.5%에 그쳤다.
지난 2000년 직접금융 방식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25조원, 7조원을 각각 조달했다. 당시 중소기업의 조달 금액이 대기업의 28% 규모였던 점을 비춰보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 것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올해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자금 사정이 나빠질 것으로 보고 직접금융 조달금액을 2010년 52조원에서 작년 72조2000억원으로 늘렸다. 반면 중소기업들의 직접 조달규모는 이 기간에 3조7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중소기업의 경우 유상증자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주식 발행이 쉽지 않고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접금융이 어려워지자 중소기업은 은행대출에 의존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은행대출 잔액은 441조1000억원으로 대기업(115조1000억원)의 약 3.8배에 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윤위상 정책총괄실장은 “중소기업은 상장 조건이 까다롭고 상장 중소기업도 회사채 발행은 잘 안 된다”면서 “회사채 발행을 한다고 해도 기업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책정되니 조달금리도 높고 수요가 없는 등 직접 금융조달이 힘드니 금융권 대출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대출을 받아도 문제다. 대기업의 대출금리가 보통 연 4~5%인 것에 반해 중소기업은 최고 9%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올해 1분기 은행의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여서 중소기업의 ‘돈 가뭄’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작년 12월 16개 은행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중소기업이 ‘0(제로)’, 대기업이 ‘6’이었다. 지수가 낮을수록 대출에 소극적인 것을 뜻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은행이 더 보수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담보 보다는 신용대출이 늘어나야 하고 재무제표가 아니라 기술력과 사업성을 평가하는 대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중소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마련하지 못하고 은행에 의존하는 자금조달 구조와 관련한 문제가 끊이지 않자 정부와 업계도 실험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중소기업 전용 제3의 주식시장을 연내 개설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준비 중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오는 5월 중소기업들이 쉽게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제3의 채권시장을 열 예정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상환 금융산업1팀장은 “제3주식시장은 기관투자자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주느냐가 관건”이라며 “세제혜택 등의 조치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