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하울링’에 대한 영화 담당기자로서의 평은 ‘소금이 빠진 진국 설렁탕’ 정도. 여기서 빠진 소금은 바로 ‘스토리 혹은 감정의 굴곡이 없다’는 점을 들고 싶다. 쓰나미급 스토리 변곡점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하울링’은 너무 심심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물결의 호숫가를 연상시킬 정도다. 유 감독의 전작 두 작품(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과 함께 ‘도시 3부작’으로 일컬어지고 있지만 선뜻 이해가 안갈 정도다.
유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폭력의 실체 접근법에 탁월함을 드러낸 바 있다. ‘하울링’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한 본질적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다는 바람도 있었지만, 역시 이번 영화의 실체는 폭력의 해석으로 볼 수 있겠다.
매번 승진에서 탈락하며 조직의 보이지 않는 폭력 속에 스스로가 피해자임을 내세우는 상길과 이혼의 아픔을 숨긴 은영이 마초의 상징적 배경인 경찰서 강력반 형사로 설정한 점만 봐도 그렇다. 두 사람은 영화 시작과 함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삐걱거림을 견디면서 사건 해결에 몰두한다. 하지만 수사극이란 장르적 특징은 배제한 채 두 사람의 약점이자 상처를 건드리는 방법으로 영화 중반까지 스토리를 설득해 나간다.
정작 ‘하울링’의 주인공이자 너무나도 매력적인 소재인 ‘늑대개’는 딴전으로 밀려났다. 개도 아니며 늑대도 아닌 태생적 한계성을 좀 더 포괄적으로 해석해 스토리에 적용시켰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나마 단순히 사람을 물어뜯어 죽이는 ‘늑대개’의 포악성이 아닌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포커스를 맞춘 점은 연출자로서의 뚝심이 만들어 낸 한가지의 매력이자 이유일 것이다. 단순한 괴수 영화로 흘러갈 수 있던 큰 물줄기의 방향을 단 번에 바꿔놨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감독이 제작 단계부터 공언한 ‘외로움’의 정서는 영화 처음부터 끝을 오롯이 관통한다.
늑대개는 개와 늑대의 피가 섞인 실제 존재하는 이종교배견이다. 이종 교배란 단어 속에서 늑대개는 늑대에도 또 개의 무리에도 섞일 수 없는 존재란 점이 부각된다. 어디에도 섞이지 못하기에 고독한 존재의 상징이다.
은영 역시 마찬가지다. 가족이 없다는 은영은 하나 뿐인 남편마저 떠나간 혼자다. 나아가 남성성의 극단인 강력계에 투신해 살아남기 위해 가진 모멸을 참아낸다. 상길 역시다. 한 가족의 평범한 가장을 꿈꾸지만 언제나 가족이란 울타리 언저리에서만 맴돈다.
‘하울링’이 말하는 외로움과 폭력의 모습은 스토리의 개연성과 사건의 본질을 떠나 분명 수준 이상의 그것이다. 하지만 상업적 미덕의 완성도가 최근 장르 영화의 첫 번째 본질로 굳어져 가는 트렌드 관점이라면 유 감독의 전작들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한 편이다.
상길역의 송강호는 명불허전의 연기로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서포터 하는 내공을 발휘한다. 송강호의 서포터를 받는 이나영은 지금까지 마냥 예쁜 배우의 선입견에서 벗어나기에 충분한 활약을 펼친다. 이밖에 이성민 신정근 등 조연들도 큰 활약을 펼치는 등 연기적 측면에선 부족함이 없다. 개봉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