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매각방법 마련 못해 “대통령 함마디에…” 뒷말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철수를 결정했던 소위 ‘재벌가 빵집’의 사후 대책이 불투명하다. 완전히 발을 빼겠다는 건지, 아니면 소유 지분을 넘기고 매장운영을 계속하도록 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외국 브랜드와의 장기 계약에 따라 채용했던 인원들의 고용승계도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철수를 발표했던 호텔신라는 아티제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지만 매장이 문을 닫을지는 오리무중이다. 아티제를 운영하는 호텔신라 자회사 보나비의 지분이 어떻게 처분되는냐에 따라 주인만 바뀔 뿐 매장의 지속성 여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 단지 보나비의 주력 사업이 베이커리카페이기 때문에 누가 인수하던 사업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호텔신라는 홈플러스와 함께 만든 제빵업체인 ‘아티제 블랑제리’의 지분 19%도 청산한다. 홈플러스가 해당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 역시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상생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아티제 지분 매각문제를 고심하고 있고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도 “호텔신라로부터 지분을 청산하겠다고 통보 받았지만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혀 완전 철수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대책이 없어 보이는 것은 블리스도 마찬가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 장선윤씨는 2010년 11월 빵 제조와 유통, 와인 수입, 식당 등을 목적으로 블리스를 설립하고 베이커리숍 ‘포숑’을 운영해왔다. 장씨는 프랑스 브랜드 ‘포숑’과 지난해부터 7년의 장기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계약 철회 등에 따른 위약금과 고용승계 등 해결할 부분이 산더미다.
블리스 관계자는 “프랑스에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철수방법은 본사의 뜻에 따라 움직일 예정”이라며 “포숑은 백화점 입점매장이기 때문에 함부로 영업을 중단할 수 없고 직원들의 고용 문제 등 다방면에서 처리할 것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철수를 결정하긴 했지만 고용문제나 브랜드 본사와의 관계 등 얽혀 있는 것이 많아 방향을 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골목상권에 진출하는 재벌도 문제지만 여론을 의식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대통령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는 자사 백화점과 이마트에 입점해있는 빵집은 골목상권 침해와 무관하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롯데의 매장운영방식과 다를 게 없어 정유경 부사장이 운영하는 ‘달로와요(베이커리브랜드)’와 ‘데이앤데이(이마트베이커리·피자공급)’의 철수를 예상했던 업계는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게다가 정 부사장은 골목상권 논란을 촉발했던 이마트 피자에 이어 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에도 피자 매장을 열어 최근 지역상인들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