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

입력 2012-0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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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서 기업문화까지 '현대카드'스럽게 바꿔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정태영 사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스타 CEO다. 10년전 43세의 나이로 현대카드 사장직에 오를 당시에는 단지 ‘젊은 오너 CEO’였지만 이제는 트위터 멘션(트위터에 올라오는 글) 하나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스타가 됐다.

디자인과 감성, 소통을 중시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경영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동안 관성에 젖어있던 회사의 마케팅, 경영과 기업 문화까지도 현대카드스럽게 바꾸겠다는 도전이다.

◇광고에서 익스프레션으로 = 마케팅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정태영 사장이 최근 ‘익스프레션(Expression, 표현)론’을 설파하고 있다.

광고를 넘어 익스프레션을 통해 기업과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익스프레션은 기업의 활동과 외부에 드러나는 기업의 모습을 통해 기업 고유의 정체성과 전략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정태영 사장은 “광고의 시대가 가고 ‘전방위적 표현’의 시대가 온다”라며 “포장된 광고 이외에 SNS, 블로그, 디자인, 공간, 행사, 서비스, 서적, 문화 등을 통한 전방위적이고 통일된 기업의 자기 표현이 마케팅의 새로운 프레임이 된다”라고 말한다. 자기만의 철학과 방향, 스토리가 있는 기업만이 전방위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조언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애플사에 대해 ‘애플답다, 애플스럽다’라고 할 때 이는 단순히 제품 디자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애플이 선보이는 제품과 서비스, 심지어 프레젠테이션까지도 포괄한다. 현대카드도 CI, BI, 지갑에 꽂힌 카드의 디자인, 배송되는 청구서, 현대카드의 다양한 행사와 서비스, 사옥까지도 ‘현대카드스러움’을 심겠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익스프레션론은 이미 경영에 적용되고 있다. 트위터 등의 SNS 커뮤니케이션, 회원 소식지 ‘모던 타임즈’, 대형 이벤트 슈퍼콘서트와 슈퍼매치, 자체 생수 ‘잇 워터(it water)’ 등에 모두 익스프레션론이 녹아 있다.

표현 매체와 방법이 광범위해지다보니 익스프레션의 핵심은 자연히 일관성으로 모아진다. 현대카드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는 ‘정제된 기능성(Distilled Functionality)’이다. ‘정제됨’을 밑바탕으로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는 직관성과 명쾌함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제로카드에도 직관적이고 명쾌한 서비스를 추구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이 상품은 할인 횟수, 한도, 전월이용실적 등의 복잡한 요건을 모두 없앤 카드다.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은 “익스프레션은 통합성과 디테일 매니지먼트가 응축된 결과다. 그리고 익스프레션이 가치가 있는 것은 바로 현대카드스러움을 담고 전체 전략 내에서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태영 사장은 직원에게도 ‘정제됨’이라는 회사의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효율을 중시하는 회의 문화, 7시간 이내의 빠른 의사 결정 시스템 등을 통해 기업 문화를 담아내는 것이다. 또 주차장 표지판에서부터 사무용품 하나까지 일관된 디자인을 갖추면서 직원들의 사고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확실한 오답 대신 불확실한 정답" = 지난달 18일 정태영 사장의 트위터에 올라온 짧은 두개의 글이 금융권의 큰 화제를 모았다.

“여러 제도나 관리기법은 시간이 감에 따라 목적을 상실하고 관리를 위한 관리로 변질한다. 다들 이유 모르고 관성으로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Make Break Make가 필요하다.”

“현카, 현캡이 9년만에 낯선 실험을 시작했다. 발전의 기틀이었지만 점점 족쇄가 되고 있는 제도들을 폐기하기로. 부서의 평가지표인 KPI 철폐, 부서의 인력TO 철폐, 100가지가 넘던 전략과제 SPB를 10개 이내로.”

금융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량적 성과지표 KPI(Key Performance Index)를 없애 정성적 평가를 강화하고, 중앙집권적 TO 방식을 각 사업본부에 일임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분히 현대카드다운 실험이다.

물론 KPI가 없다는 것이 목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KPI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중요한 전략적 과제를 추가하는 유연성이 가능하다는 게 정태영 사장의 판단이다.

새로운 평가방식이나 인력 운용 방식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KPI나 TO와 같은 확실한 오답은 버리겠다는 것이다.

콜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문제에 대해서도 칼을 빼들었다. 고객이 욕을 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하면 콜센터에서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정태영 사장은 “비록 민원지수가 떨어져도 어쩔 수 없다”라며 “선진국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직원들과 선의의 고객들을 지키는 것이 진짜 서비스”라고 말했다.

고객 응대가 끝나기 전 콜센터가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카드사 콜센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콜센터는 고객이 먼저 전화를 끊기 전에는 콜센터 직원이 전화를 끊을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또 성희롱 고객을 대응하는 매뉴얼을 마련한 회사도 얼마 되지 않는다.

△정태영 사장 약력

1979. 2. 서울 고려대학교 부속고등학교 졸업

1983. 2.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학사)

1985~1987. M I T 경영학석사

1987. Norton Ceramics -Business Development Manager

1987~1988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

1988~1991 현대정공 동경지사 담당 이사

1992~1995 현대모비스 샌프란시스코지사 담당 이사

1996~2000 현대모비스 미주법인 및 멕시코 법인장, 상무이사

2000~2001 현대모비스 기획, 재정 및 자동차부품 사업본부장, 전무이사

2001~2003 현대, 기아 구매총괄본부 부본부장

2003. 1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사장

2003.10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2010. 2 현대차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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