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25%로 결정했다. 유럽 발 리스크로 실물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가 불안정하면서 기준금리를 조정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8개월째 기준금리 ‘동결’= 금통위의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8개월째 동결됐다. 이에 앞서 금통위는 2010년 7월부터 모두 5차례 0.25%포인트씩 인상, 금리 정상화에 나선 바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물가도 만만치 않아 금통위가 동결 이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대내외 여건을 고 당분간 변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미국 경기호전 조짐과 국내 물가상승률 둔화 가능성은 인상 요인이지만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국내 가계부채 증가, 소비여력 축소 등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실물 경기 둔화가 예상된다는 점과 국제 유가 불안은 인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 둔화가 기저효과가 있었던 데다 공공요금 인상,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등도 변수다.
예컨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내놓은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조건은 그리스 정치권 내 이견으로 합의가 미뤄지고 있다. 유럽위기가 조만간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론과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론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면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동결 외에 대안을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언제쯤 기준금리 움직일까= 금통위의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기준금리 정상화를 천명해온 김중수 한은 총재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따라서 기준금리 동결이 장기화되면서 향후 변동시점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09년 2월 기준금리를 연 2.00%까지 내린 뒤 17개월동안 동결한 이후 가장 긴 기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반기까지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적 여건에 따라 하반기 이후로는 의견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특히 기준금리 조정은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의 진행 방향이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럽이 재정위기를 순탄하게 넘기고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것이다.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11년 12월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 상황에서 상반기까지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대내외 여건이 좋아진다면 하반기쯤엔 금통위가 금리를 올릴 개연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연내 인하론도 만만치 않다. 상반기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유럽 재정 위기가 경제가 계속된다면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가 사이클 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상반기 중에 금리조정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유럽 경제가 나빠진다는 전제 하에 하반기에는 인하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중론도 나온다. 그러나 신동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만큼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연내 동결하다가 내년에나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