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경제력 집중 심화…시장 건전성 빨간불

입력 2012-02-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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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이 시총 절반 이상 차지…"일감몰아주기·담합도 한몫" 지적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0대 재벌그룹의 시가총액이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재벌 그룹의 경제 장악력이 더 커진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앞으로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수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은 이들의 자체 경쟁력 향상 덕분이기도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와 담합 등도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은 1226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국내 10대 재벌그룹 계열 90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647조94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52.83%를 차지했다. 10대 재벌그룹 계열사의 시가총액이 50%를 넘어선 것은 사상 최대수준으로 지난 2007년 말 10대 그룹 40.75%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10대 그룹의 매출 비중은 2008년 말 47.18%, 2009년 말 49.99%, 2010년 말 51.86%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0대 재벌그룹 계열사의 시가총액 급증은 유럽발 금융위기 이후 재벌그룹들의 상장사 매출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08년 말 3.81%에서 지난달 말 12.29%로 비중을 높여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삼성그룹은 18.86%에서 22.23%으로 비중을 확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제조업) 상장사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은 전체 상장사 900조8114억원으로 이 가운데 상위 10대 그룹(한국전력 제외) 상장사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은 470조8233억원으로 집계됐다. 10대 그룹 상장사 매출 비중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발생 이전인 2007년의 46.41%에 비해 6% 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이처럼 일부 대기업으로의 매출비중이 쏠리면서 국내 경제가 돌발적 위기상황에 처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증권사 연구원은 “재벌그룹들이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경기가 어려워질 경우 이익 극대화를 위해 원가를 통제한다면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하는데 어려움을 느낄수 있다”라며 “또한 독과점과 불공정거래를 유발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B증권사 연구원은 “재벌그룹들의 시가총액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대기업들은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확충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간의 지나친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이 수출을 늘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만큼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지만 시장 건전성을 높이려면 기업 간의 지나친 격차는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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