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용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는 ‘고졸채용 열풍’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고졸채용을 장려하면서 대기업과 공공부문까지도 고졸자에 대한 채용문을 넓혔다. 사회 전체가 고졸을 뽑느라 부산스러웠다. 곳곳에서 고졸 신입사원들의 ‘대박취업 성공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고졸채용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특성화고(실업계) 졸업생 10명 가운데 직업을 통해 진로를 모색하는 경우는 3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졸 사원에 대한 처우 역시 열악했고 대졸자와의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보다 짠 월급, 여전히 열악한 근로환경=취업에 나선 고졸자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얇은 월급봉투다. 7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의 ‘2011 고졸자 취업진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평균 131만9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저임금에 따른 월 급여를 간신히 넘어선 수준이다.
대졸자의 임금과 비교하면 더 초라해진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조사한 우리나라 대졸자 평균 임금은 258만9000원이다. 지난해 취업한 고졸자들의 월급은 대졸자의 평균임금보다 무려 127만원이나 적은 셈이다. 고졸자들이 기대했던 직장생활과 다른 현실에 실망하게 되는 부분이다.
열악한 근로환경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성화고 졸업생의 50%가 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24시간 주야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실습생이 과로 끝에 뇌출혈로 쓰러지는 일도 일어났다.
◇10명 중 3명만 취업, 취업자도 결국 대학으로=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저조한 수준이다. 위의 조사에서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자 15만2967명 가운데 취업자는 26.8%인 4만1023명에 그쳤다. 전체 졸업자 중 64.7%에 해당하는 9만9000명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군에 입대했다.
이미 취업을 했더라도 많은 고졸자들은 학력에 따른 승진 제한 등 직장 내 차별 등으로 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고졸 사원들의 일자리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인사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99점으로 평가항목 중 가장 낮았다.
곳곳에서 단기간에 추진된 고졸채용의 정착을 위해서는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주 직업교육총연맹 사무국장은 “취업률은 단기간에 끌어올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졸채용 문화가 사회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기반 조성이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