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귀 막은' 곽노현 교육감

입력 2012-02-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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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본청에는 두 개의 출입문이 있다. 이 가운데 한 개는 곽노현 교육감이 직무에 복귀한 이후부터 굳게 닫혀있다. 닫혀있는 출입문은 민원봉사실이 위치한 방향에 있는 3층 출입구로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시민이나 학부모의 무단청사침입을 방지한다는 게 폐쇄의 이유다.

닫혀있는 교육청의 문은 곽 교육감을 닮았다. 학생인권조례 논란과 관련해서 곽 교육감은 유난히도 귀를 굳게 닫고 있다. 반대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대화와 소통을 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형식적인 공청회를 제외하고는 반대자들과 어떤 대화의 자리도 갖지 않고 있다. 대립은 점점 더 심해지는 모습이다.

뇌물수수혐의를 받고도 정면돌파를 지향하던 당당함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30일에는 조례추진에 반대하는 시민과 학부모가 교육청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곽 교육감은 자신의 관용차 대신 다른 차를 타고 ‘몰래’ 출근했다. 인터넷 라디오방송‘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쫄지 않겠다”고 외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유난히 절충도 없다. 인권조례만큼은 단 한 번에 전면적으로 실시하려고 하고 있다. 자신의 다른 핵심 정책인 혁신학교 추진과도 다르다. 혁신학교는 300개교 지정을 목표로 매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는 중이다. 인권조례도 ‘고교생부터 시범실시 후 단계적 확충’와 같은 점진적인 절충안이 있었다면 사회적 갈등을 좀 더 줄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통으로 소통을 가르칠 수는 없다. 반대의견에 귀를 닫는 모습은 학생인권조례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이것은 조례 내용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인권조례의 기본정신이 학생을 자주적 민주시민으로 길러내는 것이라면 곽 교육감 본인도 반대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토론과 타협을 거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맞다. 이제 교육청의 닫힌 문을 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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