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김승유 그 이후…

입력 2012-02-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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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십 공백…‘젊은 하나’ 촉매 될수도

김 회장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 의지

경발위 “설득하겠지만 연임가능성 낮아”

15년간 1인 체제…공백땐 혼란 불가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하나금융지주에 올해 ‘김승유 그 이후’란 시대가 올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 회장의 사퇴 의사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이사회도 그의 의지를 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의 결단으로 하나금융이 리더쉽 부재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는 커졌다. 김 회장이 무려 15년 동안이나 하나금융을 이끌어 온 탓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31일 차기 회장을 인선하는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에서 담담하지만 강한 어조로 사퇴 의지를 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후배들이 박수치는 가운데 명예롭게 퇴진하고 싶다.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 정점에서 쫓겨나는 듯한 상황은 맞지 않게 해달라”고 위원들에게 말했다.

김 회장의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를 설득하던 위원들은 맥이 풀렸다. 조정남 경발위원장은 1일 이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을 좀 놓아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계속 설득해 볼 생각이지만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경발위는 김 회장을 제외한 채 차기 회장 후보군 4~5명 가량을 확정했다. 다만 김 회장을 예비 후보군에 올려놔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조 위원장은 “한 달 정도의 여유기간 동안 환경에 대한 변화가 있으면 김 회장의 심경에 대한 변화도 있지 않을까”라며 말을 흐렸다.

김 회장의 공식 사퇴 의사 발표에 하나금융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김 회장의 직제로 모든 것이 편성돼 있어 그가 물러난다는 것은 실무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해석하면 그동안 하나금융이 ‘1인 체제’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나금융의 경영공백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당장 외환은행과의 화학적 결합·시너지 창출 등 강한 리더쉽이 필요한 업무가 산더미다. 올해 총·대선 이후 외풍에 버텨줄 버팀목도 하나금융으로서는 절실하다. 김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학연(고려대) 등을 이유로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하나금융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며 “나 말고도 하나금융을 이끌 사람은 많다”고 강조했지만 대내외적인 시각은 김 회장과 발언과 격차가 크다. 경발위에 참석한 한 사외이사도 “대형 기업치고는 후계자 구도가 너무 부실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그동안 지배구조를 체계적으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차기 수장으로는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이 거론되지만 김 회장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김 회장의 ‘젊은 인재론’으로 최근 거론되는 1959년 생인 김인환 중국법인장, 이현주 리테일영업그룹 부행장은 ‘시기상조론’이 맞서고 있다. 하나금융의 차기 수장에게는 외환은행의 성공적 안착과 생산성 격차 축소, 정치적 의혹 털기 등 굴직한 과제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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