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십 공백…‘젊은 하나’ 촉매 될수도
김 회장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 의지
경발위 “설득하겠지만 연임가능성 낮아”
15년간 1인 체제…공백땐 혼란 불가피
김 회장의 결단으로 하나금융이 리더쉽 부재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는 커졌다. 김 회장이 무려 15년 동안이나 하나금융을 이끌어 온 탓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31일 차기 회장을 인선하는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에서 담담하지만 강한 어조로 사퇴 의지를 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후배들이 박수치는 가운데 명예롭게 퇴진하고 싶다.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 정점에서 쫓겨나는 듯한 상황은 맞지 않게 해달라”고 위원들에게 말했다.
김 회장의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를 설득하던 위원들은 맥이 풀렸다. 조정남 경발위원장은 1일 이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을 좀 놓아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계속 설득해 볼 생각이지만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경발위는 김 회장을 제외한 채 차기 회장 후보군 4~5명 가량을 확정했다. 다만 김 회장을 예비 후보군에 올려놔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조 위원장은 “한 달 정도의 여유기간 동안 환경에 대한 변화가 있으면 김 회장의 심경에 대한 변화도 있지 않을까”라며 말을 흐렸다.
이를 해석하면 그동안 하나금융이 ‘1인 체제’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나금융의 경영공백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당장 외환은행과의 화학적 결합·시너지 창출 등 강한 리더쉽이 필요한 업무가 산더미다. 올해 총·대선 이후 외풍에 버텨줄 버팀목도 하나금융으로서는 절실하다. 김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학연(고려대) 등을 이유로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하나금융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며 “나 말고도 하나금융을 이끌 사람은 많다”고 강조했지만 대내외적인 시각은 김 회장과 발언과 격차가 크다. 경발위에 참석한 한 사외이사도 “대형 기업치고는 후계자 구도가 너무 부실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그동안 지배구조를 체계적으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차기 수장으로는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이 거론되지만 김 회장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김 회장의 ‘젊은 인재론’으로 최근 거론되는 1959년 생인 김인환 중국법인장, 이현주 리테일영업그룹 부행장은 ‘시기상조론’이 맞서고 있다. 하나금융의 차기 수장에게는 외환은행의 성공적 안착과 생산성 격차 축소, 정치적 의혹 털기 등 굴직한 과제가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