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금융…시중銀 총성없는 전쟁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급이 확산되면서 은행권의 ‘스마트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 뱅킹 고객이 2009년 말 1만3000명에서 2011년 9월 말 812만명으로 급증한 데 이어 곧 1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시중은행장들은 단순한 영업 마케팅이 아닌 생존을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금융산업이 기존의 전통적인 산업구분에서 벗어나 금융과 통신, 금융과 유통이 융·복합화되는 혁명적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스마트금융이 전략사업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스마트금융에 꽂힌 은행장들= 각 은행들은 스마트금융 부문을 올해 주요 전략사업으로 세울 정도로 ‘올인’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장들은 ‘스마트금융에 꽂혔다’고 말할 정도로 스마트금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스마트금융 시대를 맞아 미래의 잠재고객인 젊은 층을 잡고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올해가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른 은행보다 강한 애정을 보이는 은행장은 서진원 신한은행장이다. 서 행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서비스, 채널, 사업모델 등의 혁신을 통해 올해를 스마트 금융으로 넘어가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오랫동안 준비 과정을 거쳐 전략을 수립했으며 곧 본격 론칭할 예정”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서 행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올 4월께 개통 예정인 사이버 점포다. 서 행장은 “사이버 점포가 은행 점포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 역시 스마트금융에 관심이 높다. 특히 이 행장은 올해를 고객을 위한 스마트 금융의 길을 강화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스마트 뱅킹을 핵심 전략사업으로 선정해 고객들의 금융 니즈변화에 부응하는 ‘똑똑한’ 은행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은행업무가 ‘내손 안의 금융’으로 들어오면서 끼친 영향은 빅뱅수준”이라며 “고객이 가장 빠르고 쉽게, 기술·문화적 결합으로 다문화 시대에 걸맞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스마트금융 서비스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채널기획 전략부문을 포함한 기획조정본부를 은행장 직속으로 옮기는 등 스마트금융 전략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민 행장은 “급속도로 바뀌는 고객의 금융 이용 트렌드에 발 빠르게 따라가야 한다”며 “고객의 접점에 소형점포 위주로 지점을 내면서 고객 성향에 맞춘 유연한 전략을 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2년 이상 준비한 ‘스마트 브랜치’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민 행장은 “영업점의 거래 중 상담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는 고객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 직접 처리하는 ‘스마트 브랜치’를 준비해 왔다”며 “조감만 샐러리맨이 많은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행장은 기존 자동화기기(ATM)와 상담창구로만 이뤄진 점포 구조를 고객의 셀프(self)영역-ATM-상담창구 등 세 영역으로 나눈 스마트 브랜치를 구상하고 있다.
평소 스마크금융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스마트금융 분야는 아직까지는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유치와 기반고객층을 넓히는 데 중요하다”면서 “빠른 속도로 진화 중인 모바일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스마트폰 금융상품을 올해 내놓을 계획”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스마트금융 등을 담당할 미래채널본부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이미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통해 모든 스마트기기로 신한은행의 상품과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대했지만 업계를 선도하기 위해선 보다 전문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은행은 또 기존 획일적인 점포 모델에서 벗어나 점주 환경과 고객 니즈에 맞는 맞춤형 특화 점포 및 온·오프라인 융합점포 모델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대학가 주변 학생 등 20대를 대상으로 직원 2명인 소규모 점포 ‘S20 ATM존’을 추진하고, 직장인을 타깃으로 사무실 빌딩 주변에 출장소(오피스 브랜치)를 개설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스마트폰 전용대출 상품과 대형 할인마트와의 제휴를 통한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중 스마트기기 환경에서 화상통화로 고객에게 전문 상담서비스를 제공, 예금·대출 등 금융상품 거래가 가능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스마트금융을 올해 4대 핵심 전략사업 중 하나로 선정해 추진키로 했다. 계좌조회, 이체 등 금융거래에 필요한 핵심기능 만을 간단하고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퀵 뱅킹’을 출시하고, 다국어 스마트뱅킹 서비스, 음석인식이 가능한 스마트뱅킹 등도 구현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SNS마케팅과 더불어 무인 스마트 브랜치도 개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220만명 수준인 스마트폰뱅킹 가입자 수를 올해 안에 최대 50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나은행도 스마트폰을 통해 정해진 금액 아래에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전자지갑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은행도 상대 전화번호만 알면 스마트폰으로 송금이 가능한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오는 2월 중 내놓을 예정이다. 아울러 스마트폰 사용자끼리 화면 조작만으로 바로 자금이체가 가능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스마트금융 활성화에 따른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예산을 확충하고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국내 정보보안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등 지식정보보안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스마트폰뱅킹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보안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이 앞으로는 대세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은행들도 이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