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52.6% 몰려… 최소 300억 달러 조달해야
우리나라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국제금융센터와 주요 금융기관 등에 따르면 2012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계 해외채권은 월 평균 22억달러 규모로 모두 266억달러 정도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자금수요까지 고려하면 올해 최소 300억달러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한다.
올해 해외채권 만기물량은 상반기에 전체 상환물량의 52.6%에 해당하는 140억달러가 몰려 있다. 상반기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상환 만기가 집중된다. 더욱이 경기둔화 염려로 투자 심리가 냉각돼 해외채권 발행 여건이 녹록치 않다.
기업들도 올해 해외채권 발행 여건 악화를 고려해 서둘러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은 17일 호주 채권시장에서 3억5000만 호주달러 규모의 캥거루본드(호주달러 표시 채권)를 발행했다. 국내 금융기관이 캥거루본드를 발행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신한은행도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등에 대비해 상반기 중에 5억~10억 달러의 외화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0억 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1997년 이후 처음이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해외채권 발행 여건에서 이상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재정위기의 향방이 가늠하기 힘든 만큼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해외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 치밀한 전략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해 달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원화 가치마저 하락(환율 상승)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윤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 규모가 올해 역대 최대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로존 재정위기의 심화로 신용경색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선거일정과 경기 둔화 가능성을 고려해 자금을 선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