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엔 2인자가 없다?

입력 2012-01-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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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09년 이어 김종열 사장 사의 표명

신한, 신상훈 사장 퇴임 이후 2인자 공석

우리, 전무만 5명…부회장직 부활 안해

금융지주사들이 ‘2인자 실종시대’를 맞고 있다. 신입사원부터 시작해 수십년동안 노력한 끝에 오른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지만 불안한 지배구조 등으로 인해 2인자 자리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게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2009년에 이어 또다시 2인자가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윤교중 부회장이 2009년 2월 파생상품 키코(KIKO) 판매로 생긴 대규모 손실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데 이어 김종열 사장이 외환은행 인수 성사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윤 부회장은 1970년대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시절부터 김승유 회장과 동고동락한 명실상부한 내부 2인자였다. 당시에도 그의 사퇴는 의외라는 반응이 중평이었다.

김종열 사장도 1978년부터 김 회장과 함께하며 충청, 보람, 서울은행에 이어 외환은행 인수까지 진두지휘한 그룹 역사의 산 증인이다. 김 사장 역시 정상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사임해 윤 부회장과 같은 행로를 걷게 된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010년 12월 신상훈 사장이 사퇴한 이후 사장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신한지주의 2인자였던 신 사장이 라응찬 회장, 이백순 행장과의 싸움 끝에 물러나 그룹의 2인자 자리마저 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앞서 신한지주는 2005년에도 라 회장과 불협화음을 겪던 최영휘 사장이 전격적으로 경질된 전례가 있어 ‘2인자의 무덤’이라는 평이다.

특히 한동우 현(現) 회장은 “당분간 사장을 선임하지 않겠다”고 밝혀 신한지주의 사장직은 공석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1대 윤병철 회장, 2대 황영기 회장 재임 시절만 해도 부회장직을 유지했으나, 3대 박병원 회장 때부터 부회장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팔성 회장도 5명의 전무만을 둔 채 부회장직 부활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금융지주는 회장이 은행장까지 겸임하면서 1인자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강만수 회장도 은행장을 겸임하면서 이를 보좌하는 윤만호 부사장과 김영기 수석부행장만을 두고 있다.

KB금융은 1대 황영기 회장 때부터 사장을 두고 있지만 내부의 권력 갈등에는 개입이 어려운 외부인사 출신들이다. 황 전 회장은 김중회 전 사장, 어윤대 회장은 임영록 사장을 임명했다. 김 전 사장은 금융감독원, 임 사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이같은 2인자 실종 현상은 금융지주사의 불안한 지배구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너십이 확실한 대기업과 달리 금융지주 CEO(최고경영자)들이 확고한 지배력을 갖추지 못한 탓에 권력 집중화를 추구한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권력은 나눌 수 없다는 옛말도 있지만 그룹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지주사 회장의 특성상 강력한 카리스마는 필수”라며 “당분간 2인자 실종 시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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