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24)점포개발부

입력 2012-01-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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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는 곳 찾아 발에 땀나도록 뛴다

지역 중심상권∼건물 1층이 명당

풍수지리나 역술 참고 하기도

현장 누비다 보면 어느새 녹초

새지점 개벌 때마다 보람 느껴

부산은행 육정민 점포개발부 과장은 지난해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부산은행의 중요한 영업점 개점이 두 곳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한 곳은 14년만에 서울에서 문을 연 부산은행 지점인 구로디지털지점이다. 다른 한 곳 역시 10년 만의 재진출이었다. 경쟁 은행의 텃밭인 대구 영업점이다. 두 지점 모두 지난해 12월 나란히 문을 열었다.

사실 지방은행들은 이익 규모에서 상위권의 시중은행보다 새 지점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자본 규모로나 영업 측면에서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방은행들이 지난 외환위기 당시 연고지 이외의 지점들을 대거 폐쇄한 아픈 경험을 겪었다. 그만큼 지방은행이 다른 지역에 지점을 내기 위해선 점포개발부 직원들의 발바닥에는 땀이 마를 날이 없다.

육 과장은 서울에 새 지점을 내기 위해 강남 테헤란로 주변에서만 10군데 이상을 돌아다녔다. 구로 지역까지 합하면 주변 상권, 고객과의 접점 등을 면밀히 살펴본 곳은 20군데가 넘었다. 고향이 부산인 육 과장은 서울 출장을 수시로 다녔다. 꼬박 반 년 가량을 지점 하나에 매달렸다.

육 과장은 “사실 지방은행이 타 지역에 진출하는데 행정적인 제약은 없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새 지역에 지점을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성과가 뒤따르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외곽 지역보다는 중심 상권이거나 건물 1층이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하다 보니 장소를 고르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의 점포개발부 직원들은 지리 탐색에 능숙해야 한다. 어느 은행에서는 때론 풍수지리나 역술을 참고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지점이 한 번 자리를 정하면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영업점이 고객이 은행과 통하는 ‘길’이라면 그 ‘길’을 말끔히 닦는 기초 작업을 하는 곳이 점포개발부이다.

점포개발부의 직원들은 은행 내에서 부러움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은행 업무란 것이 줄곧 앉아서 하는 일이 대부분인 탓이다. 이와 달리 점포개발부의 직원들은 밖에 나가는 일이 많다 보니 일견 부러움을 살만도 하다. 그러나 점포개발부에 한 번 들어오고 나면 환상은 금세 사라진다.

점포개발부에 일한지 2년차인 A은행의 김모 차장은 최근 두 달간 평일에는 16시간 가량을 일했다. 새 지점을 내기 위해 골라온 장소마다 상사가 마뜩치 않아 했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오후에는 현장을 나갔다. 야간에는 회사로 다시 돌아와 보고서를 작성했다. 회사-현장-회사를 바쁘게 다니다 보니 금세 녹초가 되곤 했다.

보고서 작성 업무 역시 만만치 않았다. 상사가 직접 눈으로 둘러보지 않은 곳을 생생하게 표현해야 했다. ‘현장에 있는 듯 한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철칙인데 이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김 차장은 “다른 부서에서 보면은 한 번 와보고 싶고, 한 번 들어오면 나가고 싶기도 한 곳이 바로 점포개발부이다”며 “그러나 새 지점 개설을 통해 직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해 보람도 남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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