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경제정책]혈세 펑펑 쏟아붓고도…핵심기술 없고 보급률도 바닥

입력 2012-01-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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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에너지 <하>신재생 에너지

우리나라는 지구 온난화와 화석연료 고갈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 부터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관심을 가져 왔다.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참여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해마다 다양한 형태로 예산을 배정해 왔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 2001년 242억원에서 작년 2405억원으로 약 10배 증가했다. 이는 전체 에너지 R&D 투자금액 중 36.8% 규모다.

특히 녹색성장 기치를 내건 이명박 정부 들어 녹색기술 연구개발에 쏟아부은 연간 2조원 가량의 10%를 넘는 예산을 신재생에너지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 투입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4~7년 정도 뒤쳐져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역시 형편없다. 신재생에너지에 쏟아붓는 한해 예산은 지난 2003년 1198억원에서 2010년 8766억원으로 연 평균 33%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OECD 34개국 중 꼴찌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핵심기술 하나 없고 신재생에너지 보급률도 2.61%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량도 2003년 부터 1%대 초반으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 신재생에너지 기초 통계 엉망 = 문제는 또 있다. 신재생에너지 연구와 보급을 위한 투자를 위해서는 정확한 기초 통계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 통계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IEA 등 국제에너지기구는 우리나라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제기준에 맞는 재생에너지 통계를 다시 산출해 발표한다. 정부의 통계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초 통계조차 확실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고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잘못된 통계에 맞춰 국민 혈세로 만들어진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집계한 우리나라 총 에너지 공급 중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61% 수준. 이 비율은 현재 통계기준으로 화석연료인 석유나 석탄의 정제과정 중 나오는 공정상 부산물인 폐가스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계를 수정한다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은 절반수준인 1.5%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다행히도 지자체별 신재생에너지 지방보급계획에 이같은 통계를 활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고치려고 하지도 않는다.

학계 등 에너지 전문가들이 수년 동안 통계의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정부는 여태까지 이를 무시하고 있다.

현재 오차는 1%포인트 정도다. 그러나 오는 2020년이 되면 5%포인트로 높아지면서 통계오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에너지 국가통계의 오류로 인한 피해가 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성과주의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주장이 맞다면 정부는 하루빨리 통계치를 재조정해야 한다. 정책 실패를 두려워해 잘못을 알고도 이를 고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RPS제 시행 부작용 예고 = 올해부터 적용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제도 역시 실패한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이 제도 시행이 올해부터라는 점에서 현재 정책 실패를 논한다는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정책 실패 가능성은 매우 높게 점쳐진다.

RPS제도는 발전회사가 연간 전력 생산량의 일정 비율을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공급하다록 의무화한 제도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전 발전자회사, 수자원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13개 발전사들은 올해 발전량의 2%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오는 2022년까지는 10%까지 확대해야 한다.

RPS제도 시행으로 인해 적용 대상 발전사들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올해 정부가 정한 목표수치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정부가 달성 불가능한 목표치를 세웠다는 것이 발전사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정책 실패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한전의 발전자회사 중 한곳인 중부발전이 강화도에 2006년부터 조력발전소 건설을 진행했지만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여태까지 착공조차 하지 못한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의무량을 채우지 못하면 발전사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거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RPS제도 시행은 태양광ㆍ풍력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과징금을 면하기 위해서는 투자비용 부담이 높은 태양광, 조력, 풍력 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폐기물을 처리하는 재생 방식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실제 일본 등 몇몇 나라에서는 RPS제도를 시행했다가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시장 발전에 역효과를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실패한 정책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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