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의 브랜슨은 어디에?

입력 2011-12-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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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국제부장
리차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자신의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된 대표적인 기업인이다.

그는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성격은 다르다.

브랜슨은 그러나 잡스 못지않게 톡톡 튀면서도 글로벌 재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IT 전문지 PC월드는 지난 8월 잡스가 애플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날 당시 ‘포스트 잡스’ 시대를 이끌 인물 중 한 명으로 브랜슨 회장을 꼽기도 했다.

영국에서 브랜슨 회장의 인기는 연예인에 버금간다.

버진그룹의 로고는 영국 전역에서 볼 수 있다.

항공을 비롯해 음반과 호텔 복권 콜라까지 버진그룹이 손을 안대는 영역이 없을 정도다.

브랜슨 회장은 1950년 생이다. 우리 나이로 환갑이 지났다.

믿기 힘들겠지만 그는 난독증을 앓고 있다.

글을 읽는 것이 힘들 뿐만 아니라 제대로 쓰지도 못한다.

컴퓨터 사용도 쉽지 않다.

당연히 학교에서 성적은 꼴찌에 가까웠다.

공부보다 스포츠를 좋아했지만 축구경기 도중 무릎을 다치면서 16세에 학교를 자퇴했다.

이같은 역경이 브랜슨 회장의 사업가적 기질을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사업을 일찍 시작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그는 학창시절 학교의 부조리와 기존 관습에 저항하는 학생잡지 '학생'(student)를 발간한다.

잡지 발행은 그에게 버진그룹의 시초인 음반사 버진레코드를 만드는 배경이 됐다.

‘숫처녀’라는 의미의 버진(virgin)은 브랜슨 회장의 반항아적 기질과 도전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는 버진레코드의 성공에 힘입어 나이트클럽과 영화배급업체 버진비전, 컴퓨터게임업체 버진게임즈, 항공사 버진애틀랜틱, 버진호텔 등 자신의 제국을 건설했다.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은 버진애틀랜틱의 성공신화는 유명하다.

그는 1984년 측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버진애틀랜틱을 설립했다.

브리티시에어웨이라는 막강한 경쟁자를 앞에 두고 항공사를 세우는 것은 무모하다는 것이 당시 업계의 반응이었다.

그는 그러나 이코노미클래스 고객에게 기내식과 좌석 크기를 제외하고 비즈니스클래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격 경영으로 버진애틀랜틱을 10년도 안돼 영국 2위의 항공사로 키워냈다.

브랜슨 회장이 지난 30여년간 일군 기업만 200여개에 달한다.

브랜슨 회장의 행보 중 최근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단연 우주여행사업이다.

우주항공분야를 전담하는 버진갤럭틱은 지난 10월 스페이스포트아메리카를 통해 우주관광 서비스를 시작했다.

버진갤럭틱의 우주여행 티켓은 2억3000만원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450명 이상이 사전 구매할 정도로 인기다.

우주여행산업은 더이상 꿈이 아니다.

미래를 여는 블루오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 역시 지난 13일 우주사업을 통해 2021년부터 민간인 우주여행시대를 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국가사업으로도 벅찰 수 있는 우주개발사업에 글로벌 억만장자들이 뛰어드는 것은 21세기 최대 벤처사업이 바로 우주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들이 보유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금도 우주벤처를 실현하는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브랜슨은 외친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자본이 아니라 아이디어”라고.

누군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수만명을 먹여 살리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도 좋고 자동차도 좋다. 하지만 경영권 걱정없이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진정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기업인을 우리나라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대한민국의 브랜슨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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