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유럽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AAA’ 등급을 박탈당하더라도 EFSF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재무성 고위 관계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EFSF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더라도 독일과 프랑스가 지급을 보증하는 한 EFSF에 대한 일본의 투자 입장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유로존이 재정위기 해법 마련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이 같은 입장은 EFSF 확충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다만 재무성 고위 관계자는 “신용등급 강등보다는 다른 요인이 일본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외환보유고에서 유로의 공급가능도나 향후 EFSF 채권에 부여되는 조건 등을 예로 들었다.
재무성에 따르면 세계 2위 외환보유국가인 일본은 외환보유고 1조3000억달러 중 유로를 사용해 EFSF 채권에 29억8000만유로를 쏟아부었다.
지금까지 시행된 입찰에서 일본 정부가 매입한 EFSF 채권 비율은 11월에는 10%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의 매입 규모와 거의 비슷하며, 지금까지 실시된 세 차례의 입찰에서 일본이 매입한 비율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 29억유로는 유럽 채무 문제 봉쇄를 위해 필요한 수천억유로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하지만 크레디트스위스의 후카야 고지 수석 통화투자전략가는 “유럽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일본의 지원은 유럽에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며 “유럽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을 요청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다른 국가의 지원이 그들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6일 EFSF를 보증하는 ‘AAA’ 신용등급 국가 중 하나라도 등급이 강등되면 EFSF의 등급도 하향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S&P는 9일 EU 정상회의에서 채무 위기 해결 방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유로존에 부여하고 있는 ‘AAA’ 등급을 박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EFSF가 ‘AAA’를 잃으면 일본이 투자 정책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이번 재무성 고위 관계자의 발언은 일본 정부가 외환보유고 구성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한 민간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설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이같은 결정은 유럽 당국자들에게 위기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내라는 일종의 압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