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 화면크기와 LCD산업의 연관성
최근 4세대 LTE(롱텀에볼루션) 태블릿PC의 화면크기는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은 8.9인치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는 갤럭시탭8.9 LTE를 국내출시했으며 LG전자는 이달 중 옵티머스LTE를 국내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팬택이 미국시장용으로 준비하고 있는 LTE 태블릿PC도 8인치대로 알려졌다.
반면 기존의 3G(3세대)통신을 지원하는 제품들은 10.1인치(갤럭시탭10.1, 모토로라 줌), 9.7인치(아이패드), 7인치(갤럭시탭)등으로 다양했다. 그렇다면 왜 LTE 태블릿PC의 크기는 8.9인치일까?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태블릿PC, LTE와 만나 작아졌다?=최근까지 전세계 태블릿PC 시장을 달궜던 인기제품은 10인치대 큰 화면이 매력적인 애플 아이패드와 삼성 갤럭시탭10.1. LTE태블릿PC 보다 훨씬 크다. 그렇다면 LTE태블릿PC의 크기는 10.1인치도 아닌 7인치도 아닌 8.9인치로 정해진 걸까?
결론은 LTE 때문이다. 4세대 통신으로 불리는 LTE(롱텀에볼루션)는 진화된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이다. 기존 3G 통신보다 데이터전송속도가 2배 이상 빨라 700MB(메가바이트) 고화질 영화를 1분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즉 HD급 화질의 영화를 다운로드 받지 않고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볼 수 있고, 동시에 수천명이 접속하는 네트워크게임도 LTE세상에서는 더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LTE태블릿PC는 이런 대용량 초고속 데이터통신을 위해 태어난 기기다. LTE스마트폰도 있지만 빨라진 데이터속도를 체감하는 데는 화면 크기가 더 큰 태블릿PC가 제격이다. LTE태블릿PC의 경우 기존 태블릿PC(3G·와이파이)와 달리 초고속 이동통신망을 활용하는 특성상 휴대성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했다. 또 생생한 화질의 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적당히 큰 화면도 필요했다.
즉 8.9인치는 휴대성과 기능성 모두를 충족하기 위해 결정된 최적의 화면크기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9인치는 휴대성과 콘텐츠 가독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최적의 크기”라며 “휴대성이 강조된 만큼 차세대 통신 기술인 LTE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LTE시장 성공전략“작고 저렴하게”= 그렇다면 앞으로도 LTE 태블릿PC는 8.9인 화면으로만 나오게 되는 걸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삼성전자도 처음에는 7인치 태블릿PC를 내놨지만 이후 10.1인치, 8.9인치로 확대했다.
여기에는 LTE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복잡한 셈법이 숨어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지난 7월부터 서울·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를 대상으로 LTE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통3사의 LTE전국망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나 되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LTE제품에는 데이터통신 음영지역을 해소하기 위해 3G와 4G를 모두 지원하는 듀얼모드칩이 적용돼 있다. 기존 3G제품보다 3G·4G 공용제품은 더 두꺼울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LTE특성상 배터리 소모도 엄청나다. 제품의 배터리 크기도 자연스럽게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갤럭시탭8.9LTE에는 6100mAh(밀리암페어) 용량의 배터리가 적용됐다. 갤럭시S 2 LTE(2500mAh)의 두배 이상 크기다.
만약 화면 크기를 키우면 제품 내부에 부품을 배치할 공간이 넓어지기만 그렇다고 무한정 크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조사가 더 큰 화면에 더 얇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LTE요금제는 3G요금제보다 월 1만원이상 더 비싸다. LTE태블릿PC 전용 요금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초기 LTE시장에 빠른 시장진입을 위해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을 낮춰야 했던 고민도 반영됐다.
한 업계 전문가는 “8.9인치 화면은 초기 시장에서 LTE태블릿PC을 띄우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물”이라면서 “3G통신보다 앞선 4G네트워크 경험을 주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은 줄이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숨어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