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전화는 많은데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이 기회에 재건축에서 발을 뺄 수 있나 물어보는 매도자들뿐이다”(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신아파트 인근 S공인)
정부의 ‘12.7부동산대책’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파격적인 내용으로 채워졌으나, 시장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실제 이 기회에 재건축 시장에서 빠져나와 신분당선이나 상가로 갈아타려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는 모두 70개 단지, 5만9473가구에 달한다.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이번 정책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단지는 27개, 2만2215가구다.
정부가 이달 내 주택정책심의회 의결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선언할 예정인 만큼 조만간 자유롭게 조합원 지위를 양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매도자만 들썩거릴 뿐 매수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동 L공인 관계자는 “매도자들은 가격을 올려줘도 안 팔겠다면서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정작 살 사람이 없는데 거래만 더 어렵게 됐다”고 푸념했다.
게다가 강남 재건축 시장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일부 주민들은 출구전략까지 짜고 있다.
이번 기회에 아파트를 팔아 수익률이 좋다는 신분당선이나 상가로 갈아타겠다는 심산이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아파트 인근 S공인 관계자도 “이 기회에 재건축에서 발을 뺄 수 있나 물어보는 매도자들뿐”이라면서 “거래심리가 워낙 위축돼 (대책이) 효과를 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는 이번 거래활성화 대책이 매도자에게만 초점을 맞추면서 간극이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대책에는 시장에서 기대했던 취·등록세 감면 연장안이 빠져 있다.
박상언 유앤알 컨설팅 대표는 “정부가 올해만 여섯번에 걸쳐 대책을 내놨지만, 수도권에서 8개월 연속 가격이 하락세다. 그만큼 침체의 골이 깊다는 의미”라며 “게다가 유럽 등 글로벌 재정위기가 겹쳐 매수자를 위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