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책은)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나왔어야 했다. 전형적인 뒷북 대책으로 (강남권에) 의미도,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C공인 대표가 정부의 12·7대책 발표 내용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미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하는 시기를 놓쳤다”고 꼬집었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대부분의 거래가 중지된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12·7대책은 주택시장을 되살리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이 회복되려면 매수세를 살려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매도자를 위한 대책 위주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주공이나 은마아파트 등 대표적 재건축 단지의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 9월 2건이 거래된 이후 지금까지 매수세가 뚝 끊겼다.
은마아파트 내 Y공인 대표는 “수천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에서 수개월 동안 계약이 단한 건도 없다”며 “정부가 아예 대책을 내놓지 않아야 한다. 아니면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완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책으로 거래가 더 위축될수 있다는 우려감도 제기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폐지되면서 주택 매도 시기를 더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개포주공단지 내 L공인 대표는 “급박한 상황이 돼야 거래가 이뤄지는데 오히려 사고 파는 기간을 연장해 놨으니 사람들은 물건을 회수해 버리고 있다”며 “사는 사람 입장에서도 당장 안사도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시장에 찬물을 퍼부어 놨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도 반응도 시큰둥하다. 대책으로 효력을 보려면 DTI규제 등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대책 역시 기존의 다섯차례 대책과 마찬가지로 임시방편에 불과하는 지적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20위권 건설사 한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는 해제했으나 투기지구는 유지된다. DTI규제가 강남권에서 그래도 유지된다는 의미”라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정상화 등 대책이 있지만 지엽적인 내용에 불과하다. 기반시설 분담금이나 임대주택 비율, 리모델링 활성화 등 더 실제적인 내용을 담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히 2014년까지 최저가낙찰제 확대시행 유예도 반쪽짜리 대책으로 평가절하했다. 일부 건설사들이 혜택을 볼 수 있으나, 대형이나 수도권 중견 건설업체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은 대책이기 때문이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단가가 낮은 사업에 해당한다. 대형건설사나 대형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중견건설사도 이번 조치와 별 관계가 없다”며 “ 기존 대책보다 진일보했으나, 시장을 살릴 수 있는 핵심카드가 빠져 시장을 반전시키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