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오션을 찾아서]저도 소주, 술술 잘 나간데이~

입력 2011-12-0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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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도 무학 '좋은데이' 경남서 인기몰이

소주는 23도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23~25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았다. ‘캬~’하며 오만가지 인상을 쓰면서 목을 넘기던 알싸한 추억은 40대 후반의 머릿 속에만 남아있다. 이제 20도 위를 떠올리는 애주가들은 많지 않다. 소주하면 대부분 19도에서 18도, 더 낮아지면 17도, 16도 까지 연상한다.

한국주류연구원은 최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소주의 알코올 도수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소주에서 연상되는 알코올 도수는 19~19.9도라는 응답이 20.7%로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20~20.9도가 18.6%였지만 18~18.9도(16.5%)와 17~17.9도(14.0%)를 합치면 20도 미만 소주는 50%를 훌쩍 뛰어넘는다.

저도소주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것도 도수를 16.9도로 낮춘 무학의 ‘좋은데이’는 부산 등 경남을 중심으로 소주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 중 하나다. 소주 저도화가 침체된 지방 주류시장을 살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좋은데이’는 주류시장의 또하나의 퍼플오션이다.

◇얼마나 팔렸길래…주력제품이 바꼈다=수도권에 사는 주당들은 저도소주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로 진로의 ‘제이’와 ‘즐겨찾기’,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쿨’ 등을 떠올린다. 워낙 시장점유율이 낮은 제품이라 아직까지 시장에서 환대를 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경상남도가 주요 판매처인 무학은 16.9도짜리 ‘좋은데이’를 앞세워 부산까지 침투, 부산 토종 대선주조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최재호 무학 회장은 좋은데이의 성공비결로 ‘맛’을 꼽았다. 그는 “쓰다는 선입견이 지배하고 있는 소주에 깔끔함과 순한 맛을 더했다”며 “부산과 경남의 트렌드를 보면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미 저도소주가 대세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무학에 따르면 좋은데이가 처음 출시된 2006년 판매비중은 0.8%에 불과했다. 19도 짜리 화이트가 주력이었다. 하지만, 좋은데이는 2009년 18.7%, 지난해에는 40.3%로 4년만에 무학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성장했다. 롯데주류가 2009년 8월 출시한 저도소주 ‘처음처럼 쿨’의 자사 전체 소주 판매 비중의 5%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올해엔 좋은데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화이트의 두배 가량 될만큼 격차가 벌어졌다. 11월 28일까지 팔린 좋은데이의 누적 판매량은 총 2억1856만9964만병으로 1억1429만5694병이 나간 화이트보다 무려 9000만병 이상 많다. 주력제품이 5년 만에 완전히 바뀐 것이다.

좋은데이의 힘이었을까? 무학은 올해 8월까지 병소주 시장점유율 3위 업체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에 이어 당당히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방소주업체로 점유율을 12.7%로 끌어올려 2위인 롯데와의 격차를 3%로 좁혔다.

◇왜 낮췄나?…경쟁시장에 차별화 통했다 = 무학은 울산을 거점으로 하는 경상남도 주류업체다. 1990년 중반 이후 무학은 지방소주 50% 할당제가 폐지되면서 부산으로의 진출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고배의 쓴 잔을 마셨다. 최재호 회장은 1995년 소주 도수를 25도에서 23도로 내린 ‘화이트’를 떠올리며, 같은 도수의 비슷한 상품으로 부산 시장에서 경쟁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지역색이 워낙 강해 텃세도 심한 탓에 영업도 고전을 면치 못했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좋은데이를 출시해 고정관념을 깼다.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일단 법적으로 방송광고가 가능한 범위인 17도 이하의 소주를 만들자는 생각이었고 여기에 지리산 천연 암반수로 만든 샘물을 넣으며 기존 소주와 ‘물맛’부터 다르다는 차이를 소비자들에게 인식시켰다. 이시훈 무학 홍보과장은 “당시 16.9도의 소주를 만들면서 연구소 쪽도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좋은 술을 만드는 건 기본이었고 고객이 원하는 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와 고민의 노력이 좋은데이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서울을 차지하자 = 부산, 울산, 경남에서 저도소주 좋은데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대표 소주이지만, 이들 지역에서는 좋은데이가 대표소주다. 하지만 저도소주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는 아직 찬밥신세다. 올초 하이트진로가 15도 대의 초저도소주 ‘즐겨찾기’를 내놨지만 아직 시장에서의 반응은 밋밋하다. 롯데칠성의 처음처럼 쿨도 자사 전체 판매비율의 3%에 겨우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주류 대기업들이 저도소주에 마케팅을 집중하지 않는 이유가 분명하다.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무학은 수도권 진출을 공언했다. 최 회장은 2~3년 후 서울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영업력과 판촉 비용 등으로는 진로나 롯데를 이길 수 없다”며 “좋은데이 같은 최고의 제품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내년 5월 용인공장에서 소주를 생산하고 10월부터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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