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덫에 걸린 금통위, 카드가 없다

입력 2011-12-0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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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예금금리 18개월째 마이너스

올리자니 경기침체…내리자니 물가걱정

동결 장기화로 통화정책 영향력 실종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8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동결을 점쳤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향방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금통위의 금리동결 결정은 만장일치가 될 가능성이 높으나 적지 않은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정상화가 장기간 지체되면서 부작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하락, 통화정책 영향력 뚝= 시장금리는 지난 7~8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통위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옅어진 데다 경기 하강 염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은행채 1년물은 7월 3.83%에서 지난 6일 3.53%까지 0.30%포인트 하락했다.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도 7월 3.79%를 정점으로 내림세를 탔다. 10월에는 3.71%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바로 영향을 미치는 단기 금리가 하락하면서 통화정책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실제 이번 기준금리 인상기의 파급력은 지난 2005년10월~2006년8월까지 시행한 금리 인상기보다 작아졌다. 은행채 1년에 대한 기준금리 파급력은 지난 2006년9월 36.0%에 달했지만 이번 인상기에서는 18.4%(11월 기준)까지 떨어졌다. 예금은행의 수신금리와 대출금리에 대한 파급력은 각각 56.8%, 36.0%(10월 기준)로 지난 인상기의 파급력(61.6%, 41.6%)을 밑돌았다.

파급력은 시장금리의 변동폭에서 기준금리 변동폭을 나눈 것으로 정책금리의 영향력을 파악하는데 활용된다.

◇실질금리 마이너스에 내수침체까지= 시장금리 하락은 실질 예금금리의 마이너스를 심화시킨 다는 데서 문제는 더욱 커진다. 은행 예금금리에서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뺀 실질금리는 지난 3분기 -1.63%까지 떨어져 1996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통위 10월 의사록에는 이같은 우려가 담겨있다. 한 위원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통화 팽창, 높은 인플레이션 유발, 자산 버블 등 심각한 경제 불균형을 야기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금통위에게는 ‘조커’가 없다. 브라질, 호주 등 신흥국은 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수준이 낮아 추가 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인상 역시 경기와 대외여건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가 괜찮았을 때 금리를 올려놨다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는 아닐 수도 있었다”며 “경기 둔화 염려에도 물가가 높아 금통위의 판단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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