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예금금리 18개월째 마이너스
올리자니 경기침체…내리자니 물가걱정
동결 장기화로 통화정책 영향력 실종

◇시장금리 하락, 통화정책 영향력 뚝= 시장금리는 지난 7~8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통위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옅어진 데다 경기 하강 염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은행채 1년물은 7월 3.83%에서 지난 6일 3.53%까지 0.30%포인트 하락했다.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도 7월 3.79%를 정점으로 내림세를 탔다. 10월에는 3.71%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바로 영향을 미치는 단기 금리가 하락하면서 통화정책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실제 이번 기준금리 인상기의 파급력은 지난 2005년10월~2006년8월까지 시행한 금리 인상기보다 작아졌다. 은행채 1년에 대한 기준금리 파급력은 지난 2006년9월 36.0%에 달했지만 이번 인상기에서는 18.4%(11월 기준)까지 떨어졌다. 예금은행의 수신금리와 대출금리에 대한 파급력은 각각 56.8%, 36.0%(10월 기준)로 지난 인상기의 파급력(61.6%, 41.6%)을 밑돌았다.
파급력은 시장금리의 변동폭에서 기준금리 변동폭을 나눈 것으로 정책금리의 영향력을 파악하는데 활용된다.
◇실질금리 마이너스에 내수침체까지= 시장금리 하락은 실질 예금금리의 마이너스를 심화시킨 다는 데서 문제는 더욱 커진다. 은행 예금금리에서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뺀 실질금리는 지난 3분기 -1.63%까지 떨어져 1996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통위 10월 의사록에는 이같은 우려가 담겨있다. 한 위원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통화 팽창, 높은 인플레이션 유발, 자산 버블 등 심각한 경제 불균형을 야기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금통위에게는 ‘조커’가 없다. 브라질, 호주 등 신흥국은 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기준금리 수준이 낮아 추가 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인상 역시 경기와 대외여건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가 괜찮았을 때 금리를 올려놨다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는 아닐 수도 있었다”며 “경기 둔화 염려에도 물가가 높아 금통위의 판단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