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廣場에서] 안철수 현상이 가져온 폐해

입력 2011-12-06 09:58수정 2011-12-0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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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이념·중도표방, 과연 정답인가?

너도나도 중간지대 잡기에 혈안이다.

발등의 불은 한나라당에게 떨어졌다. 4.27 분당(乙) 패배의 충격이 가시기 전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직격탄을 맞으면서 ‘쇄신’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2040세대의 반한나라 전선 구축은 내년 총·대선 공멸감으로 이어졌다.

당장 노회하고 부패한 부자정당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책쇄신을 통해 레임덕의 청와대와 선을 긋고, 서민·복지로의 급격한 전환을 시도했다. 또한 인위적 물갈이(인적쇄신)를 통해서라도 기득권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민주당은 방법론에 있어 차이를 두며 중간지대를 내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야권통합을 시대적 지상명령으로 설정하는 한편 한나라당의 우클릭에 대항해 좌클릭으로의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여기에 내년초 창당을 목표로 하는 ‘박세일 신당’은 보수와 진보, 기존 이념을 버리는 대신 대(大)중도신당을 기치로 내걸었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편 가르기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철수 신당이 검토했던 ‘비(非)한나라·비민주’의 답습이란 분석이 잇달았다.

소용돌이에 이은 지각변동의 근원은 안철수의 등장이다. 극한 대결로 치닫는 기존 양당체제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정치권으로 하여금 탈이념·중도표방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탈이념·중도를 표방한다고 ‘싸움질’이 멈춰지는 것도 아닌 데 말이다.

문제는 정치의 근간인 정당이 스스로 자기본질을 훼손한다는 데 있다. 정당은 이념적 집합체이며, 집권을 통해 이념(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산물인 정책을 내놓는다.

‘중도’라는 미명은 첨예해진 제 집단 간 이해를 조정 못할뿐더러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기 쉽다. 국가운영의 철학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표(票)만이 자리하게 되면서 자칫 사회 전체가 갈 길을 잃고 표류할 수 있다. 국민적 질타가 짙다하더라도 제 가치(정체성)를 지키면서 부단한 설득과 소통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보수가 시장과 안정을, 진보가 평등과 개혁을 버리고 상대 밥그릇에 눈을 돌리는 대신 서로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 오가는 조화가 사회를 진일보시킬 수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비난이 아닌 비판이, 배척이 아닌 수용이,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의 인정이, 주장이 아닌 토론이 뒷받침되는 대화와 타협의 자세로 나아갈 때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가 돌아올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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