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싱크탱크 리포트] 따로 노는 상품가…유가 말고 구리에 주목하라

입력 2011-12-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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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金은 정치적 영향도…실물경제 나침반은 ‘구리’로

상품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중앙은행의 물가 대응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 싱크탱크인 미즈호종합연구소(MRI)는 최근 국제유가(WTI 기준)가 대부분의 상품 시세와 비동조 현상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의 물가 정책 판단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상품 가격은 올해 중반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연출하면서 인플레 우려는 진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달 유가가 100달러 선을 다시 넘나들면서 상품 시세를 점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MRI는 전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내년 1월 인도분 국제 유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날보다 57센트(0.57%) 오른 배럴당 100.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종가로 100달러를 넘은 것은 약 2주 만이다.

MRI는 실물 경제의 나침반 역할을 해 온 구리를 비롯해 주요 상품 시세가 하락하는 가운데 유가만 유일하게 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구리는 원유나 금보다 지정학적,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자동차 건설 해운 등 제조업 전반에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실물 경제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금융시장에서 구리에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MRI는 유가와 상품 시세 전반의 비동조 현상으로 각국 금융당국의 정책 판단에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는 중반까지 디플레이션 우려가 강해 11월에는 연방준비제도(Fed)가 2차 양적완화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상품가격 강세와 함께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MRI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인플레에 대한 강한 선입견이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MRI에 따르면 10년 넘게 디플레 현상에 시달려온 일본과 달리 미국과 유럽은 70년 이상 인플레 환경에 노출된 만큼 약간의 인플레 조짐만 보여도 경계 태세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인플레 우려가 과장될 경우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물가 대응책이 지연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당국의 인플레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면서 효과적인 대응책 수립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MRI는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 경제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휘청거리면서 실물 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점을 들며, 금융 당국은 유가보다는 구리 값 추이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30일 전날보다 5.5% 뛴 파운드당 3.57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0월27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다만 구리 가격은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에다 중국의 긴축 여파로 7월부터 하락세를 이어온만큼 최근 가격 추이가 경기 회복세를 예견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MRI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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