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가 8년 간의 임기를 마친 장 클로드 트리셰의 뒤를 이어 ECB를 이끈다.
그가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사실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탈리아는 현재 ‘포스트 그리스’로 불리며 유럽 재정위기의 차기 뇌관으로 주목받는 처지다.
이탈리아의 10년만기 국채 발행 금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6.06%에 달하며 유로존 출범 이후 가장 높이 치솟았다.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 출신이 ECB 총재 자리에 앉는 것이 거슬리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ECB의 중도(中道)를 지킬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트리셰 시절 ECB는 이탈리아 정부가 한층 강도높은 긴축에 나서줄 것을 기대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드라기 총재가 ECB 수장으로서 이탈리아가 내놓는 긴축안을 어느 정도 선에서 허용할지가 관건이다.
또 역내 위기 국가에 대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지원 시 이탈리아에만 유독 후하게 나온다면 시장의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그가 ECB 총재로서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 값을 할 수 있을지를 평가하는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슈퍼마리오로 통한다.
이탈리아가 통화 위기를 겪은 1990년대말, ERM(Exchange Rate Mechanism, 유럽통화제도)에서 탈락했을 때 사태를 해결한 것이 드라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10대에 양친을 여의고 오로지 장학금으로 미국 명문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입학해 노벨상 수상자 프랑코 모딜리아니 교수 밑에서 공부했다.
이탈리아 재무장관 시절엔 비대화한 공적 부문을 정리해 15%를 민영화하는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ECB 수장 자리는 전혀 다르다.
유럽 전역이 부도 위기에 몰린 가운데 이탈리아가 문제아가 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실은 더 녹록지 않다.
ECB 수장의 중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