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야구에 ‘무한 사랑’ 쏟아

입력 2011-10-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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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CEO 퇴근 후엔 뭐하세요?]④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

취미생활을 즐기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늘어나고 있다. 책상에 앉아 일만하는 경영자들은 이제는 ‘일중독자’라는 달갑지 않은 칭호까지 들을 정도다. 술을 자주 가까이 하게 되면서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는 것과 같이 일중독도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다. 다른 사람은 한가지도 힘들다고 하지만 이 회장은 등산과 골프(싱글)를 즐기며 바둑(1급) 고수이기도 하다.

야구와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도 무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특히 클래식 음악 전도사로 알려질 정도로 남다른 식견을 보유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과의 인연은 이 회장이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 스스로가 음대 출신이 아닌 법대 출신이었기에 오히려 클래식 음악과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 회장의 한 지인은 “원래 클래식 음악을 잘 몰랐지만 (서울시향 대표 이후) 출퇴근 때는 물론 시간만 나면 들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고 전했다. 특히 베토벤에 푹 빠져 지내기도 했다고 귀뜸했다.

그가 클래식 음악 전도사라는 별명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다. 이 회장은 당시 클래식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수십 차례 무료연주회를 열었다. 서울시향이 찾아간 곳은 각 대학뿐 아니라 구청, 교회 등 각종 기관과 단체를 총망라한다.

지금은 마음과 달리 클랙식 음악회에 거의 참석하지 못한다는 게 지인들의 설명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CEO로써 책임지고 결정해야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할 때면 지인들이 초청을 하지만 번번히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될 때가 종종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주변 사람을 만날 때마다 “클래식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 순간 ‘이렇게 좋은 걸 왜 몰랐을까’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꼭 들어보라”는 말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무안 애정을 표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아울러 이 회장은 야구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이 회장의 야구 사랑에 대해선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 회장이 지난 2009년 5월 중순 우리금융의 기업설명회 등을 위해 미국 뉴욕 등을 방문했을 때다. 며칠간의 여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는 날, 이 회장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뉴욕의 야구장이었다. 사석에서 그는 네댓 시간의 여유가 있자 주저 없이 야구장을 택했다는 것이 당시 수행했던 임원들의 얘기다.

당시 이 회장을 수행한 한 임원은 “이 회장은 비행기 탑승 시간이 빡빡해 6회까지밖에 못 본 것을 아쉬워했지만 뉴욕 양키스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홈런 장면은 놓치지 않았다고 자랑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사학의 명문이자 야구 명가인 고려대 출신이기도 하지만 이 회장의 야구사랑은 자신의 첫 직장이자 현재의 직장인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 대한 애정과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이 자신의 이력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야구 명가 한일은행(현재 우리은행)의 전통이다. 1960~1970년대 한일은행은 1세대 야구 영웅들과 국민 스포츠로 불렸던 고교 야구의 스타들이 성인이 돼 너나없이 밟고자 했고 빼어난 활약을 펼쳤던 팀이었다.

이 회장은 이들과 한일은행 야구팀에 대한 자랑을 할 때는 막힘이 없다. “스타플레이어만큼 야구를 빛나게 하는 것은 팀워크인데 그건 은행이나 야구팀이나 똑같다. 감독이 중요한 것도 어느 조직이나 비슷하다”며 야구의 매력을 경영으로 연결짓는 그만의 철학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 밖에도 이 회장은 싱글 수준의 골프실력과 1급에 해당하는 바둑실력을 지녔다. 특히 이 회장은 바둑을 두며 경영의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무언가를 시작하면 반드시 끝을 보고야마는 꼼꼼함과 성실성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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