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격랑 속으로

입력 2011-10-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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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 ‘붕괴’… 홍준표 ‘사퇴’ 직면

패배의 충격이 쉽게 가라앉기 어렵게 됐다. 내상이 워낙 커 일시적 내홍이 아닌 한바탕 태풍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엿보인다. 4년여간 굳건했던 박근혜 대세론은 안철수 광풍을 넘지 못해 붕괴 위기에 직면했고, 홍준표 대표의 사퇴는 불가피해졌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한 집권여당 한나라당 얘기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27일 “당 간판을 내리는 한이 있더라도”라는 극단적 전제를 내걸고 지도부 총사퇴 등 대대적 당 혁신을 주장하고 나섰다. 내년 총선 참패론에 휩싸인 수도권 초선 의원들은 물론 홍 대표의 전략적 동업자였던 친박계 일부마저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경원 선대위에 합류한 서울지역 초선들의 반발이 가장 거셌다. 한 의원은 이날 기자에게 “지금 다 죽게 생겼는데 (대표)직이 문제냐”고 말했고, 또 다른 의원은 “강재섭에 이어 나경원까지, 홍 대표의 입 때문에 링에 오르기도 전에 상처투성이가 됐다”며 “책임도 그만한 책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7.2%p 격차의 충격도 컸지만 지역구별로 득표를 대비했을 경우 서울 48곳 가운데 무려 41곳에서 패했다는 결과는 이들에게 패닉을 불러왔다.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홍 대표를 측면 지원했던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신중하게, 그러나 확고하게 (우리)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목표는 전면적 쇄신과 변화가 돼야 하며, 여기에는 지도부 책임론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남권 중진 의원은 “(홍 대표를) 엄호만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원점에서 모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동의 없이 쇄신파의 독자적 주장만으로 지도부 교체가 불가능한 역학구도에서 친박계 핵심으로 불리는 이들의 입장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반면 홍 대표 측은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느냐”며 “친이·친박 계파 구분 없이 선거를 치른 적이 있었느냐”고 되물었다. 홍 대표는 앞서 26일 밤 승패 윤곽이 드러나자 “서울을 제외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다 승리한 상황”이라며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고 자위했다.

일각에선 대안 부재 및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직면할 상황 등을 들어 지도부 전면 교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으로 맞서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입은 내상은 대선 전략의 전면적 수정으로까지 이어질 태세다. 홍사덕 의원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대는 절망, 30대는 분노, 40대는 좌절 등 이명박 정부 4년 실정에 대한 정서가 바닥에 깔려 있는 거지, 박 전 대표를 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선거 결과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허태열 의원은 “수도권, 특히 20·30대가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고, 또 다른 핵심의원은 “분명 위기”라고 털어놨다. 4년여 침묵을 깨고 전면에 나서 예상외의 광폭 행보를 보였음에도 막판 안철수 재등장에 좁혔던 격차가 다시 벌어진 것에 대해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YTN이 투표 마감과 동시에 공개한 출구조사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 중 28.6%가 막판 안 교수의 지원에 박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반면, 나경원 후보를 찍은 유권자 중 19.4%만이 박 전 대표 지원에 나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것도 친박계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임에 틀림없다.

다만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대리전 양상을 띤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에서 완승을 거둠에 따라 흔들렸던 부산·경남(PK) 민심을 다잡고 지역맹주의 위치를 재확인시켰다는 점은 이같은 서울의 충격을 일부 상쇄할 위로 요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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