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환절기마다 만성적인 감기에 시달리는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는 흔히 우리 몸의 면역력 저하와 관련이 깊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면역력 저하가 항생제의 오·남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뉴욕대 랑곤 메디컬센터의 마틴 블레이저 박사 연구팀이 과학전문지 ‘네이처’ 지를 통해 내놓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항생제가 우리 몸의 유해한 세균은 물론, 유익한 세균까지 없애 인체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기와 천식, 장염, 비만,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의 발병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같은 사실은 특히 항생제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에 각별한 경각심을 안겨다준다. 우리나라 국민의 항생제 오·남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내 의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감기 등 급성 호흡기계 질환에 “항생제 처방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80% 가까이나 나왔다.
일반 국민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항생제 복용이 감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TO)는 항생제 등의 약물 남용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우리 인체가 스스로 저항력과 면역력을 갖추고 있어 굳이 강력한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질병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세균에 작용하는 항생제는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치료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성수 소람한의원 원장은 “항생제를 남용할 경우, 자칫 인체에 이로운 세균들까지 제거해 위장장애나 식욕부진, 구토 등 자가면역성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오히려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건강한 면역력을 키우는 일이 감기예방의 최선책”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