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피해 불가피…정리매매·원주전환 선택의 기로
중국고섬이 공식적으로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24일 공시를 통해 “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는 감사인 E&Y한영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이 ‘의견거절’임을 공시했다”며 “관련 규정에 의거해 상장폐지절차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중국고섬은 이에 앞서 지난 14일 싱가포르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았다.
중국고섬측이 내달 2일까지 이의신청을 제기하지 않으면 거래소는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고 주권에 대한 정리매매 절차에 돌입한다.
중국고섬 투자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정리매매 기간동안 보유 주식을 팔거나 한국예탁증서(KDR)를 싱가포르에 있는 원주로 전환하는 것 외에 다른 경우의 수는 없다.
◇중국고섬은 어떤 기업=중국고섬은 중국 절강성의 절강화항, 복건성의 복건신화위 등 2개 폴리에스터 섬유 전문회사를 100%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 일반 폴리에스터 섬유에 비해 굵기 질감 광택 등이 우수한 고기능 폴리에스터 섬유 전문기업이다. 2008년 9월 설립됐고 이듬해인 2009년 9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지난 1월 25일 싱가포르에 상장된 원주를 해외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2차 상장하는 방식으로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해 193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공모주 일반청약 최종경쟁률은 0.46대1로 총 1666만1032주 중 760만7580주 만이 청약에 성공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수가 급락하면서 공모기업들의 공모 청약 미달 및 공모 시일 연기 등 공모 시장도 급랭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
일반 공모청약 이전에 치뤄진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역시 3.36대 1에 그쳤다. 이로 인해 기존 2400만주(80%)로 배정돼 있었던 기관공모 물량이 1338만8968주(45%)로 줄어든 반면 개인투자자 물량은 기존 60만주(20%)에서 1666만1032주(55%)로 늘었다. 청약 미달로 일반 인수되지 않은 물량 905만3452주는 대표 주관사인 대우증권을 비롯해 한화증권, IBK투자증권 등에 총액 인수됐다.
상장 2개월만인 3월22일 회계부실 문제로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거래가 정지됐고 다음날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예탁증서도 거래가 중단됐다.
이후 주주총회와 감사보고서 제출을 수차례 연기해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다. 거래 정지로 7개월째 마음을 졸이고 있는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와 대표주관사 KDB대우증권과 공동 주관사 한화증권, 한영회계법인등을 상대로 19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에 참여한 주주는 553명에 달한다.
◇투자자 피해 불가피=현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정리매매 기간동안 주식을 팔거나 한국예탁증서(KDR)를 싱가포르에 있는 원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리 매매는 다음 달 중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원주 전환은 좀 더 복잡하다.
싱가포르에 원주가 상장돼 있는 중국고섬은 앞서 싱가포르 감사인인 언스트앤영(E&Y)로부터도 ‘의견거절’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과 상장폐지 규정이 다른 싱가포르의 경우, 감사 의견거절이 곧바로 상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소위 ‘종이값’ 수준에 불과한 정리매매 대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원주 전환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싱가포르 상장 유지 여부를 떠나 원주 전환시 추가 손실이 불가피 하다는 점이다. 원주의 현재 주당 가치가 국내 주식 대비 낮고 환율과 수수료까지 떼고 나면 투자금은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원주 전환시 KDR 1주당 원주 20주가 주어지는데 싱가포르 원주의 거래 정지 전 종가 0.19싱가포르달러. 이를 기준으로 환산한 KDR 1주(원주 20주)의 가치는 3393.856원(원/싱가포르달러 환율893.12원 적용)이다. 여기에서 원주 전환시 공제되는 수수료 30원까지 감안하면 KDR 1주의 원주 전환 가치는 3363원에 불과하다. 이는 7000원 공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국내 거래정지 전 종가 4165원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KDB대우증권 “투자자 피해 최소화 방안 모색” =중국고섬 상장 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은 중국고섬 DR의 싱가포르 원주 전환 등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태영 IB사업부장 정태영 전무는 “이번 중국고섬 상장 과정에서 독립적인 전문가집단인 대형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을 외부자문사로 선임하는 등 적절하고 충분한 기업 실사를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와 정말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정 전무는 “중국고섬의 한국거래소 KDR 상장을 주관한 KDB대우증권으로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향후 대책 마련에 있어서 개인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의 목표로 삼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