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에 독일車가 웃는 이유는?

입력 2011-10-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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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생산되는 BMW SUV 관세 혜택으로 한국시장서 가격경쟁력 '쑥'

▲메르세데스-벤츠 ML 300 CDi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의회 비준을 통과하면서 수입차 시장도 이해문제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FTA가 발효되면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중국 다음으로 큰 약 1310만대 규모의 미국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부품관세의 즉시 철폐로 약 3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국내 5000여 개 중소 부품기업도 수출량이 증대돼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차 조지아 공장 등 현지 완성차 공장의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한-미 FTA로 덩달아 수혜 효과를 보는 제3의 존재도 있다.

바로 독일 명차 브랜드들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독일 자동차 브랜드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 시장에서 쏠쏠한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벤츠와 BMW 차량 중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독일을 거치지 않고 바로 한국으로 들어온다. 그동안은 이 과정에서 관세가 붙었다. 그러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자연히 가격이 내려가게 되고, 대중적인 가격대에서 독일식 매뉴얼의 고급차를 한국에서도 장만할 수 있게 된다.

독일 브랜드가 미국과의 FTA에서 수혜를 받는 이유는 바로 미국 현지 생산 정책 덕분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모든 차종이 독일에서 생산되고 있으나, 대형 SUV 모델만큼은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벤츠 차종 중 FTA의 고급형 SUV인 M클래스가 주인공이다. M클래스 SUV 대표모델 중 하나인 ‘ML 300 CDi’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제작됐다.

또 다른 수입 SUV의 대표 주자인 BMW X5와 X6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스파탄버그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X5와 X6 역시 전량이 미국에서 생산된 ‘미제’ 물건들이다.

벤츠와 BMW가 대형 SUV 모델을 미국에서 만드는 이유는 바로 미국이 SUV 모델의 최대 판매처이기 때문이다. 벤츠와 BMW 관계자들은 “가장 많이 팔리는 곳에서 제품을 만들어 팔면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SUV를 미국에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만들어지는 곳만 미국일 뿐 생산 공정과 시스템은 독일 현지와 똑같다”고 덧붙였다.

제3의 수혜자는 독일 외에도 또 있다. 일본 브랜드 닛산이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닛산의 중형 세단 ‘뉴 알티마’는 미국 테네시 주 스머나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알티마 자체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모델이라 일본에서는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

반면 한-미 FTA가 체결됨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 브랜드도 있다. 바로 크라이슬러다. 크라이슬러의 대형 세단 300C는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그동안은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장에서 생산이 됐으나, 리뉴얼 모델부터는 캐나다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생산라인이 오스트리아에 그대로 남았다면 300C는 한-EU FTA의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생산지인 캐나다는 한-미 FTA와 관련이 없는 곳이다. 때문에 FTA의 당사국인 미국의 브랜드임에도 이전과 같이 비싼 금액으로 시장에 차를 내놔야 한다. 결국 300C의 생산지 변경이 크라이슬러에게는 되레 독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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