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식품업계, 프리미엄 제품 개발 손 놓을 판

입력 2011-10-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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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강도 가격단속 압박, 아직도 현재진행형

식품기업이 정책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부문을 확장·개척하고 글로벌화를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도 식품업체의 가격 단속을 위한 정부의 간섭과 압박은 아직도 현재진형형이다. 물가를 안정시킨다며 기존 제품의 성분을 바꿔 가격을 올려 판매한 업체들에 대해 허위·과장광고 등의 멍에를 씌우는 등 정부의 압박은 극에 달했다. 얼마전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판매중지를 선언한 ‘신라면블랙’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출시 한 달 만에 100억원 넘게 판매하며 대박행진을 이어갈 것 같았던 신라면 블랙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허위광고 징계에 바로 무너졌다.

신라면 블랙의 퇴출 전 과정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된 시장 평가도 받지 못한 채 퇴출된 과정은 누가 보더라도 시장 논리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며 “기존 제품 보다 두 배 비싸다는 이유로 낙인을 찍으니 과연 누가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제품을 만들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에 공정위는 우윳값 인상을 막기 위해 유업체들의 유기농 우유를 건드렸다. 가격만 비싸지 일반 우유와 성분과 영양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지난 9월 초 공정위의 예산을 지원받은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은 유기농우유가 일반 우유에 비해 품질 차이는 거의 없는데도 가격은 최대 2.7배에 달한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즉각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최근 원유값 인상에 따른 업체의 우윳값 인상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소시모의 이같은 발표 내용에 발끈한 건 업계 뿐만이 아니었다. 녹색소비자 연대는 성명을 내고 “프리미엄제품과 유기농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며 “소비자들이 유기농 우유를 선택하는 건 생태계와 동물들의 권리를 생각한 지속가능한 소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유기농 우유 압박이 먹히지 않자 최근에는 유업체들이 무관세 유제품 등을 사재기해 비싼 값에 판매하고 있다는 혐의를 잡고 조사에 나서겠다고 하는 등 엄포를 놓고 있다.

신라면 블랙의 퇴출은 식품업계의 사업계획도 전면 수정시켰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연구 개발 의지를 단번에 꺽어 버린 것이다. 식품업계 한 고위임원은 “정부의 물가 억제 정책으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은 아예 사업계획에서 빼버렸다”며 “새로운 제품으로 무장한 외국 식품기업과의 국내 경쟁에 확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식품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4%로 거의 정체 수준이다. 2009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국내 기업 순위에서 200위에 드는 식품회사는 CJ제일제당(91위)과 농심(168위) 두 곳밖에 없다. 반면 외국식품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철수했던 업체들도 새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 업계와 협력하는 필요하지만, 단기적 성과를 위해 무작정 칼을 들이대면 업체의 경쟁력은 나날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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