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⑭과다경쟁에 빠진 증권업계

입력 2011-10-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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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IB와 합병·노하우 교류로 글로벌 IB 도약을

증권업계가 글로벌 투자은행(IB)도약을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정부가 자본규모를 기준으로 신성장 동력인 프라임브로커와 헤지펀드 운용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이를 위한 경쟁이 본격화 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가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인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IB로 도약하기까지 중장기적 관점에서 봐야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은 “투자자들의 투자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계기관인 IB들이 주목받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글로벌IB에 한참 뒤져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영세성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기업이 늘어나면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그 자리를 해외 IB에게 내주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국내 IB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하다보니 빼앗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투자자들도 금융자산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고 있어 해외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 경우에도 IB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네트워크와 경쟁력, 자본력 등이 취약하다보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용회 현대증권 IB본부장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 뛰어드는 국내 증권사는 많지만 실질적으로 외국계IB들과의 경쟁이 하루아침에 이뤄질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자본금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홍콩, 싱가폴 등에서 트랙레코드를 쌓은 후 단계를 밟아 준비하거나 노무라가 리먼브러더스의 유럽과 아시아 부문을 인수했듯이 글로벌 경험이 있는 선진IB들과 합병하거나 노하우를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무라는 국내 증권사보다 자본규모나 노하우면에서 앞서지만 글로벌 IB로 불리지는 않는다며 노무라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리먼을 인수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경완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헤지펀드 설립은 시장초기 단계에 해당하고 최소투자 한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을만한 트랙레코드 축적이 필수적”이라며 “다양한 헤지펀드 전략 수행이 가능한 시장 요건 조성과 헤지펀드 운용관련 투자기법, 프라임 브로커 산업 노하우 등 헤지펀드와 관련한 전반적인 자본시장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민 연구원은 또 “헤지펀드 성장과 정부규제 강도 간의 높은 상관관계를 고려시 헤지펀드정부 육성의지에 따른 규제 완화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의 자본확충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민경완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는 현재 자본활용도가 낮은 상황”이라며 “유휴자본이 많은 상황에서 대규모 증자까지 할 경우 자본효율성이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민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는 거래중개자(Agency)사업 모델에서 투자주체(Principal investor) 두가지 유형으로 나눠어 있는데 정부는 PI부분을 양성하려는 목적이 커 보인다”며“하지만 국내 증권사는 상품운용 등에서 리스크 테이킹이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신보성 실장은 “과거처럼 브로커리지 중심으로 운용된다면 증자는 낭비겠지만 업계와 정부의 지향점이 글로벌 IB이기 때문에 자본확충은 꼭 필요하다”며 “해외의 경우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는 자본규모 제한이 없음에도 대형사들의 과점시장일 정도로 IB업무는 돈이 없으면 참여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증자보다는 증권사들 간의 합병”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그룹사 소속이다보니 합병요인이 없어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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