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묻지마 투자 열풍에 증시 '피멍'

입력 2011-10-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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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연기금 등 눈치보며 단기성 투자 조장

국내증시가 건전한‘투자’가 아닌 초단타에 집중한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하는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들이 위탁운용사에 대한 단기평가로 단기 수익률게임을 조장하고 있고 개미투자자들도 ‘묻지마 투자’로 단기매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국내증시는 외국인투자자들에 허약한 모습을 보이며 ‘먹튀’를 당하는 사례도 허다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11월 11일 장 마감 10분 전 도이치은행 창구로부터 2조4000억원 규모의 매물이 쏟아지며 코스피지수가 단숨에 53포인트 급락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물론 이 사건은 도이치뱅크의 시세차익을 노린 매물폭탄이 문제였지만 업계에서는 이 사건의 주 원인 중 하나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증권 거래세를 꼽는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공모펀드와 연기금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를 종료하고 주식을 사고팔때마다 매매자금의 0.3%의 거래세를 부과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관의 대거 빠져나간 프로그램 차익거래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투자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지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위탁운용사에 대한 평가기간은 보통 3개월(분기평가) 혹은 6개월(반기평가)에 이뤄진다. 운용사들은 이들의 평가기간동안 운용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최근과 같은 폭락장에서 투매를 일삼으며 증시하락을 부추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보이자 국내 대형운용사들은 주식 편입비중을 5%포인트 내외로 모두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몇몇 운용사가 수익률 관리를 위해 최근 급락장에서 대거 주식을 팔아 시장에 부담을 줬다”며 “이들 운용사들도 문제지만 연기금이 적어도 이들을 6개월마다 평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눈치를 보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체 주식거래량을 상장주식수로 나눈 주식회전율 역시 최근 연중 최고치에 달하면서 단타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폭락장세가 나타났던 8월 한달간 일평균 상장주식 회전율은 27.77%로 작년 4월 이후 1년 6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들도 최근 정치테마주와 같은 묻지마 투자열풍에 합류하고 있는 탓이다.

동부자산운용 기호삼 주식운용 본부장은 “운용사들이 자신들만의 철학을 가지고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데 연기금 등의 눈치를 보면서 단기성투자를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건전한 장기 투자문화 정착을 위한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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