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해외에선 어떻게…

입력 2011-10-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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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배드뱅크로 부실 정리…日 지역밀착형 영업 강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이번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은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기간에 대거 부실을 정리하는데 큰 동요가 없었다는 점에서 주요 전략이 잘 통했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저축은행을 급하게 정리한 데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 및 일본 등 해외 선진국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부실 저축은행을 정리 방안을 선택해 서민들에게 큰 부담 없이 연착륙 시켰다는 평가다. 또한 지역 금융 특성화와 차별화로 생존 경쟁력을 가져갔다.

미국의 저축대부조합의 경우 1970년대 경기호황을 바탕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활황을 보일 때 안정된 예대마진으로 급성장하였다가, 1980년대 들어 금리상승과 미국 경기 하락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면서 부실화됐다.

1980년대 초반 부실 조짐을 보이자 미국 정부는 이를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판단하고, 과감한 퇴출보다는 지원에 초점을 맞춘 관용정책을 실시했다.

1980년 전체 3993개의 조합 중 부실조합은 1%(43곳)뿐이었지만, 1989년엔 부실조합 비율이 20%(2878개 가운데 516개)로 급증했다.

우리나라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 미국 저축대부조합은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과 ‘배드뱅크(Bad Bank)’를 통한 구조조정 이후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민의 주택금융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는 점이 달랐다.

저축대부조합 감독기관이던 연방저축대부조합보험공사(FSLIC)마저 기금이 고갈되는 상황에 처하자, 미국 정부는 1989년 FSLIC를 해체하고 정리신탁공사(RTC)라는 한시 기구를 설립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

미국 정부는 부실조합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 행위를 적발해 1800여명을 기소했고, 이 중 1000여명이 유죄를 선고받아 형사 처벌됐다.

우리나라 저축은행과 같이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높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없어 안정적으로 유동화를 시켜 연착륙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가 초기 저축은행 형성에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서민대상 사금융회사인 무진회사가 1951년 상호은행으로 전환하고, 1989년 2월 보통은행으로 전환되면서 제2지방은행으로 설립됐다. 특히, 1990년대 부동산버블 붕괴 이후 경영 어려움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제2지방은행은 이후 일본의 지역의 수신을 기반으로 주로 지역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하게 되면서 높은 경영 성과와 건전성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대출의 비중이 60% 이상으로 높지만 대부분 업종별로 분산되고, 경기에 민감한 부동산관련 대출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탄탄한 일본 산업 특성상 지역밀착형 영업 강화를 통해 중소기업대출에도 불구하고 현재 부실채권비율이 4% 대로 낮게 형성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 모두 지역의 기업과 가계를 위한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을 지속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저축은행을 현재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지하는 것은 똑같은 위기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그는 “따라서 국내 저축은행의 방향은 국내 경제 환경을 고려해 지역의 기업과 가계를 위한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을 되찾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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