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세계 금융기관 도미노 붕괴 우려

입력 2011-10-05 11:01수정 2011-10-0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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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 CDS 프리미엄 급등…신흥국 실물경제도 악영향

유로존의 채무위기 우려가 세계 금융기관의 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 손실 가능성과 자금난 우려가 겹치면서 유럽을 비롯해 미국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한국 등 신흥국에서는 유럽과 미국 금융기관의 자금 회수 관측에 통화 약세와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담에서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충 등에 합의했으나 쟁점인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는 이달 말로 결정이 연기됐다.

시장에서는 “그리스의 문제 해결 속도가 더뎌 정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3일 주식시장에서는 은행주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고,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시장의 움직임이었다.

마킷그룹에 따르면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각각 5.9%와 3.8%로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4.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미국 은행권은 모기지 관련 소송에 따른 손실 리스크에 직면했지만 유럽 위기의 파급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UBS증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글로벌화로 위기의 불똥이 번지기 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프랑스와 벨기에의 합자은행인 덱시아의 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하면 유럽 미국 은행의 도미노 붕괴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덱시아는 프랑스에서는 지방자치단체 대출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최근 그리스 국채 보유량이 많은 탓에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단기 유동성 위기에 빠져 파국을 맞고 있다.

프랑스와 벨기에 금융당국은 4일 덱시아의 파산을 막기 위해 덱시아의 자금 조달에 보증을 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덱시아의 보유 자산 분할을 통해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부실자산을 분리한 뒤 우량자산은 따로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NP파리바 관계자는 “은행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 자본을 투입하거나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지 않는 한 신용불안을 진정시키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유로존의 위기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신흥국의 실물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달러 확보난으로 은행들이 잔뜩 위축된 상황인데다 주식시장까지 고전하면서 기업들이 자금난에 직면했다.

특히 주식시장을 견인해온 외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신용 경색을 일으켜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208.12원으로 원화 가치는 지난 주말 대비 2.5% 하락했다. 1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5일 오전 10시46분 현재 1192.80원을 기록 중이다.

원화 가치는 엔에 대해 100엔당 1560원대에서 움직이며 리먼 사태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원화 약세로 은행들은 외화기준 채무 상환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 금융기관이 외화 차입의 30% 이상을 의존하는 유럽 금융기관은 제 코가 석자인 상황.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은행들이 롤오버를 거부하고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어 국내 금융사와 공기업의 중장기 외화차입 여건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한국의 은행의 외화를 차환할 때 기준금리에 대한 프리미엄은 지난 7월 평균 0.274%였으나 9월에는 0.372%로 확대했다.

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자금 사정이 3년 전 리먼 사태 때와 같은 수준으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포스코가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검토하는 등 채권 발행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일본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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