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손학규 무너뜨리다

입력 2011-10-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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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직 사퇴 승부수, 눈앞 위기는 타개했지만…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일 전격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취임 1년 만이다.

손 대표는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당 대표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극한 상황에서 던진 승부수의 효과는 극명했다. ‘불임정당’에 대한 비주류의 날선 책임론이 예고된 상황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들의 공세를 사전 차단할 수 있었다. 오히려 지도부 총사퇴로 정동영 최고위원 등 경쟁자들을 압박하기까지 했다.

원로들과 중진들이 몰려가 사퇴 철회를 요구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연출되면서 퇴색했던 존재감도 각인시켰다. 차기 대권을 향한 재기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다.

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야권 통합의 주도권을 ‘혁신과 통합’에 내준 상황에서 억눌렸던 부담도 내려놓게 됐다. 또한 박원순 후보의 성패에 대한 일차적 책임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비주류 측의 한 의원은 기자에게 “어차피 2개월 이내 (대표직을) 던져야 했는데 적절하게 이용했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는 선거 1년 전(12월18일)에 모든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손 대표는 사퇴시기를 저울 중이었다.

첩첩산중에 놓인 정치적 상황에 대한 타개책은 됐지만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극복하지 못했다는 반론도 있다. 안철수의 그림자다. 5% 지지도의 박원순 후보를 끌어올린 원동력은 분명 50% 절대적 지지를 넘긴 안 교수의 양보에 있다. 한 주요당직자는 3일 박영선 후보의 패배로 끝난 통합경선 직후 “안철수 한 사람에게 제1야당이 졌다”고까지 했다.

또한 안 교수의 등장과 함께 손 대표의 차기 대선 경쟁력도 급격히 약화됐다. 안 교수는 대선 출마 관련해 손사래를 쳤지만 그의 영향력은 대선 끝까지 여야를 위협하는 상수로 자리 잡게 됐다.

박원순 후보가 무소속을 고수하면서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투영되는 안철수 효과는 극대화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 민주당 무용론으로 이어져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휘몰아칠 수도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에 대해 “손 대표의 지지도 하락, 박원순의 등장과 부상, 제1야당의 위상 약화 등 일련의 사태 배경엔 안 교수가 있다”면서 “차기 유력주자인 손 대표에겐 현실적 타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로서는 박 후보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겨도 져도 부담”이라며 “민주당 없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팽배해지면 제3세력에 대한 요구가 급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손 대표가 넘어야 할 벽은 ‘안철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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