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치 100년이 지났는데도 토지 지적 측량이 일본 동경좌표계 기준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신영수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수원(국토지리정보원 구내)에 경위도원점을 설치했음에도 동경원점의 지역좌표계를 기준으로 한 기존의 지적 측량체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4일 밝혔다.
신영수 의원에 따르면 2차 대전 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24개국 중 아직 측량원점을 지배국가에서 가져오지 못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일제는 토지조사사업 당시 동경원점에서 대삼각점을 연결해 대마도를 거쳐 거제도와 부산 절영도에 대삼각본점을 설치하고 이를 약 600개의 삼각점으로 연결한 조선 측량체계를 구축했으며 이 시스템은 100년이 지나도록 유지되고 있다.
신 의원은 “2002년 경위도원점을 설치하기 전에 지적도의 디지털화 작업이 선행돼야 했으나 원점만 설치함으로써 이런 치욕스런 결과가 빚어졌다”며 “더욱이 국토해양부의 지적선진화 계획은 2030년에 완료돼 측량체계 독립은 아직도 멀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의 지적선진화 계획은 우리나라 전체 3733만 필지의 토지 지적도를 모두 디지털화하고 지적불부합지 554만 필지를 재측량하는 사업으로 총 1조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원래는 2020년까지 50%, 2030년까지 100% 완료할 계획으로 2012년 100억원의 예산을 계상했으나 정부 예산심의 과정에서 15억원으로 줄어 일정대로 추진하기가 어려워졌다.
신영수 의원은 “디지털화 작업의 지연으로 매년 약 15만 필지의 경제측량을 새로 하면서 국민부담이 900억여원에 이른다”며 “지적상 경계분쟁에 따른 소송비용만 매년 3800억원으로 국민은 매년 4700억원을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국가적 자존심 차원에서도 고유의 측량원점을 확보해야 하지만 첨단 정보기술(IT) 국가로서 디지털 자원이 지적체계와 호환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