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사는 곳엔 PB가 있다

입력 2011-09-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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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시중銀 개설현황 집계…강남·서초·송파구에만 전체 64% 몰려

부자가 많이 모여 사는 동네인지를 판단하려면 은행의 PB(Private Banking)센터가 얼마나 입주해 있는지만 살펴봐도 쉽게 답이 나온다. 현재 약 600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고액 자산가들의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들이 부유층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PB센터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본지가 KB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SC제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서울시내 PB센터를 집계한 결과 총 61곳 중 25곳(41%)이 강남구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서초구(9곳)와 송파구(5곳)를 합치면 강남 3구에만 전체의 3분의 2 가까운 39곳(64%)이 몰려있다.

반면 강남권과 강북 일부를 제외하고 서울 25개구 중 14개구에는 PB센터가 단 한 곳도 없었다.

PB업계에선 부동산을 뺀 금융 자산만 30억~50억원에 달하는 부자들이 가장 밀집한 곳이 강남구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강남에 가장 많은 PB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 6곳, 신한은행 5곳, 우리은행 2곳, 하나은행 7곳, 기업은행 1곳, SC제일은행 4곳 등이다.

PB센터 숫자에서 강남구의 뒤를 잇는 곳이 서초구다. 서초구는 방배동·반포동 등 고급빌라가 밀집한 지역에 9개의 PB센터가 있다.

특히 서초구의 보수적 자산가들은 거래하던 PB가 다른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도 해당 점포를 떠나지 않고 계속 거래하는 성향이 있어 은행들로써는 주요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요충지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대한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4곳의 PB센터가 모두 강남 3구에 있다.

강남권에 이어 PB센터가 밀집해 있는 곳이 중구와 종로구 등 ‘일명 명동라인’이다. 이는 주요 대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만큼 따로 시간을 내 재테크전략을 짜기 힘든 대기업 임원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또 PB센터가 없는 성북동과 평창동의 부유층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있는 양천구에도 각 은행들이 PB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는 신흥부촌으로 떠오르는 목동의 자산가를 공략하기 위한 것. 이미 1~2년 전부터 많은 금융회사들이 모여들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PB센터 운영을 통해 신흥부촌인 목동 뿐만 아니라 영등포나 강서구의 자산가까지 공략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은행의 PB센터가 강남 3구와 대기업 밀집지역, 신흥부촌에 몰려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PB센터가 한 곳도 없는 지역이 있다. 강북구·금천구·도봉구·동대문구·중랑구 등이다. PB센터가 고액의 자산가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되는 특성을 감안하면, 이는 서울 지역 내에서도 ‘부의 쏠림현상’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남권을 제외한 비(非)강남권의 PB센터 분포 현황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타 은행들에 비해 비교적 고르게 분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은 강남3구 이외 양천구, 용산구, 중구, 마포구, 영등포구 등에서 PB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강남권 53%, 비강남권 47%의 비율을 나타냈다.

하나은행은 강남권을 제외한 5곳의 지역구에서 6곳의 PB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비강남권의 분포율이 38%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은행들도 수익을 쫓아 강남권과 신흥부촌에 PB센터를 집중하고 있다”며 “서민 밀집지역인 금천구나 동대문구, 중랑구에는 상대적으로 PB센터를 운영할 이유를 못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경주·서지희·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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