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정치인 '나가수'에서 배워라

입력 2011-09-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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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섭 부국장 겸 산업 2부장

"가슴이 벅차 오른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노력과 열정이 눈물겨울 정도다. 말보다는 행동, 몸을 아끼지 않는 진정성이 대중의 마음을 흔드는 감동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각박한 시대에 감동을 받고 싶은 대중의 심리와 맞물려 '진정성'에 대한 요구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요즘 TV를 자주 보는 시청자라면 한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언론이 쏟아낸 찬사들이다.

"최종 우승팀은, 문희준, 안혜상! 축하합니다. 넉 달 간의 긴 여정을 마치는 순간, 가수 문희준은 피눈물을 흘리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을 법 합니다.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우아하게.

하루 10시간씩, 발톱이 빠질 정도로 혹독했던 훈련.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HOT 해체 이후 솔로 활동을 하면서 쏟아졌던 대중의 따가운 시선이 관심어린 눈길로 바뀌었습니다." 또다른 예능 프로그램 ’댄싱 스타’ 프로그램의 우승팀에게 내려진 평가다."

"보는 내내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훌륭한 가수들이 많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다들 새롭고 신선했다. 감동이었다. 나가수에 트로트 가수도 합류시켜 달라." 한가위 특집으로 방송된 한 TV 프로그램 '나는 트로트 가수다'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의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45년 관록의 남진은 특유의 여유로움에 호소력 깊은 목소리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스꽝스런 표정과 몸짓, 마치 찰리 채플린이 살아 돌아온 듯 합니다. 빙판 위에서 전문적인 피겨 기술을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달인'이란 호칭에 걸맞게 완벽한 연기를 펼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개그맨 김병만이 흘린 눈물과 땀방울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이들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 국민들과 네티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노래와 자신만의 영역에서 벗어나 끊임없는 몸부림과 변신을 통해 진성성을 확보한 것이 훈훈한 감동으로 전파됐기 때문이다. 안주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데도 자신을 ’부수고’ 재창조에 나선 용기에 시청자들이 박수로 화답을 했고, 스스로 자신을 내던져 변화를 혁신으로 승화시켰다. 가슴 뭉클한 카타르시스는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짜릿한 전율마저 느끼게 해줬다.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열정은 더 큰 열정으로 선순환되고 있고,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 있던 일부 가수들은 냉정한 판단대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겸손함을 깨닫기에 충분했다.

최근에는 ’무대의 마법사’ 인순이도 가세를 하면서 그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가요계 대부' 조용필도 이 프로그램에 전격 출연키로 한 가운데 벌써부터 시청률이 얼마나 나올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이 프로그램에 합류한 바비킴의 경우 소수 마니아층에게만 인기가 있는 가수였지만 이제는 폭넓은 시청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나가수가 이제는 신구세대간 소통의 장으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TV 뉴스 프로그램을 보면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정치인과 정부의 발표 내용이다. 특히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 유력 정치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중요 뉴스로 취급된다. 사사로운 얘기거리도 톱 기사로 장식될 때가 많다. ’돌발 영상’이 그 사례 중 하나다.

정치인들은 특히 카메라 플래시를 많이 받는다. 각 정당과 국회에는 고참 사진기자들이 상주한다. 일부 사진기자들의 경우 전용 공간도 따로 마련해주고 있다.

그들이 고진감래 끝에 뒤늦게 스타로 부상한 연예인들보다 더 뉴스거리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견임을 전제로 한 것임에도 말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가 정책 결정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어서다. 그만큼 대단한 자리에 올라 있는 것이다.

이미 무대 체질(?)이 돼 버린 일부 정치인들은 아무런 생각없이 이런말 저런말을 뱉어내곤 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모르고 카메라 중독증, 무대 환각에 사로잡힌 듯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개발 시대, 연예인들은 감히 국회의사당 근처를 얼씬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천대를 받았다. 그러나 그동안 연예인들은 각고의 노력을 했고, 단순한 무대인이 아니라 이제는 국민들에게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는 의사 전달자이자 사회 구심점 역할을 하는 소영웅으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다. 반면 정치인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새 마음, 새 각오로 정치에 입문을 하더라고 그 물에 휩쓸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인기영합주의적인 정책을 남발하는 앵무새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땡감을 먹어 뒷입맛이 떨떠름하다. 뒷입맛도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이들에 대한 찬사는 이렇게 요약하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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