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불법대출·바람막이 사외이사 등 구태 답습
85개 저축은행 경영진단 결과 대주주 불법대출, 바람막이 사외이사, 부실PF 등 숨겨졌던 문제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7개 저축은행을 과감히 정리한 금감원은 복마전과 같은 저축은행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금감원에 따르면 차명계좌를 동원해 불법영업을 하거나 사실상 본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거액을 몰아준 저축은행 대주주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금감원이 확인한 이같은 불법행위는 최소 10건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영업정지 된 토마토·에이스·파랑새 등 3개 저축은행은 사실상 대주주 묵인 아래 동일 차주에게 한도를 초과해 돈을 발려줬다. 또 다른 저축은행 한 곳은 수도권 개발사업에 빌려준 돈이 전체 자산의 70%인 6400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불법이 저질저질 수 있었던 것은 바람막이 감사와 사외이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된 제일저축은행은 김상화 전 금감원 팀장이 감사를 맡았으며 이종남 전 감사원장, 김창섭 전 대전지방국세청장과 감사원 출신의 이국희씨 등이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제일2저축은행은 안정석 전 금감원 수석 검사역이 감사를, 손영래 전 국세청장과 소일섭 전 재경부 경제홍보기획단장이 사외이사다. 토마토저축은행은 신창현 전 금감원 수석검사역이 감사로, 조성익 전 재정경제부 관리관이 사외이사로 재직했다.프라임저축은행 감사도 금감원 부국장 출신인 최정식씨가 맡아왔으며 에이스저축은행의 감사 역시 금감원 수석검사역 출신이었다.
더욱이 사외이사의 경우 저축은행의 주요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거수기 역할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 7곳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대영, 제일, 토마토, 프라임 등 4곳의 분기보고서에서 사외이사들이 2010년 7월부터 2011년 3월까지 59차례의 이사회에 참석해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들이 대부분 감사위원을 겸직하고 있는데도 감사위원회 활동도 하지 않았다.
저축은행 4곳에서 31차례의 감사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동안 감사위원을 겸직한 사외이사들은 상정 안건에 대해 이의제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또한 영업정지를 당한 일부 저축은행은 영업정지 발표가 있기 전에 사전인출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고객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간접적으로 영업정지 전에 예금을 찾아갈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저축은행과 관련된 감독당국인 금감원의 신뢰가 다시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박원호 부원장이 부산저축은행 로비 관련 금품수수 의혹을 받으면서 또 다시 금감원 비리 연루 파문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스트였던 박태규씨가 박원호 부원장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것.
하지만 박 부원장은 박태규씨와는 단순히 아는 사이로 저축은행과 무관한 증권 및 공시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에 청탁 및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