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홀로 행정' 의료계 뿔났다

입력 2011-09-14 11:59수정 2011-09-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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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의료행정이 지속되고 있다. 지나치게 낮은 수가로 일선 병원들의 조기위암 ESD(내시경 점막하 박리절제술) 시술 중단사태가 발생한지 일주일도 채 안된 시점에서 복건복지부가 의료계의 반대에도 내년 1월부터 선택의원제를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 현실을 도외시한 이같은 복지부의 독불장군식 행보에 뿔난 의료계는 이번에는 결코 물러설 수 없다며 초강경 태도로 맞서고 있다.

선택의원제는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자신이 정한 동네의원을 계속 이용할 경우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정부는 만성질환자가 언제라도 선택의원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고 의료계는 토로한다. 한번 선택한 의원을 바꾸려면 다시 등록을 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권은 제한될 수 밖에 없고 신규의원의 시장 진입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금도 만성질환자의 80%가 단골의사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만성질환관리체계 구축하겠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의료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은 섣부른 정부의 선심성 정책이 오히려 만성질환 환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의료계의 줄기찬 반대에도 정부가 선택의원제를 강행하려 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지난 2006년 의약분업 제도 강행으로 신뢰를 잃은 복지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선택의원제 시행을 끝까지 밀어부친다면 또 다시 환자만 피해를 보는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ESD와 함께 선택의원제를 올해 국정감사 주요 이슈로 정하고 타당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의 주장, 한 가지 시각만으로는 절대 좋은 정책이 만들어질 수도 없고, 되레 국민들에게 불편만 준다는 점을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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