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함경록 감독의 독립영화 '숨'

입력 2011-09-0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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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록 감독의 ‘숨’은 로테르담영화제, 바르셀로나아시아 영화제 등의 영화제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으며 화제작으로 떠오른 독립영화다.

이 작품은 전북 김제에 있는 '기독교 영광의 집'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함 감독은 3년 전 전주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영화 교육을 할 당시 장애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낸 시나리오를 모티브로 했다.

“한사람 한사람의 감정선에 집중하며 영화를 발전시켰다”는 함 감독은 그의 말처럼 스토리보다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수희(박지원)의 감정선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숨’은 지난 2009년 전북 김제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 '기독교 영광의 집'에서 운영자인 목사의 성폭력과 그의 부인인 원장의 업무상 횡령 등이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내용은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살고 있는 수희가 지체장애인 민수와 사랑에 빠지고 임신을 하게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목욕 봉사를 나온 자원봉사자가 수희의 임신을 발견하고 복지시설 내 성폭력으로 단정 지으며 외부에 진정서를 제출해 비리와 성폭력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

수희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가졌지만 시설 내에서 은밀히 행해지고 있는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다.

더군다나 수희가 과거 성폭력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사건의 전후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성폭력이라고 단정 지으며 증언을 이끌어내려 한다. 결국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수희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응하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한사람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안겨줄 수 있는지에 대해 근접 쵤영기법을 사용해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주인공은 진심으로 한 사람을 사랑하게 돼 임신을 하게 되지만 그녀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받는 편견과 엇갈린 시선, 이 모든 상황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만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 영화는 스피디한 스토리나 아름다운 영상미가 전개되지 않아 일반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큰 재미나 감동은 없지만 주인공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아웃포커싱 기법을 사용해 잠시나마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슴 한켠이 찡해지는 한편의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을 전달한다.

한편,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면 영화를 보는 내내 수희의 몸짓에 따라 화면이 계속 상하좌우로 흔들려 관객들을 불편하게 했다는 점이다. 단 90분이라도 장애인의 입장이 돼 영화를 감상했으면 하는 감독의 뜻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90분 내내 흔들리는 화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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