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에서 안철수로, 다시 맹형규로

입력 2011-09-02 11:00수정 2011-09-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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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영입 불발… 무소속 출마설에 ‘안도’

갈피를 못 잡고 헤매던 나침반이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서울시장을 사수해야 하는 한나라당 기류다.

불은 친박계가 붙였다. 최근 핵심 중진들이 잇달아 회동, 맹형규 카드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에 참여한 한 중진의원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맹 장관이 안정적이고 무난하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맹 장관이라면 박근혜 전 대표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 역시 맹 장관에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측근은 1일 기자와 만나 “맹 장관이라면 오세훈 전 시장과 달리 신중할 뿐만 아니라 연륜과 행정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중진급 이상 원로들이 맹 장관을 선호하는 기류가 짙다”며 “홍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맹 장관 역시 “장관으로서 할 일이 많아 현재로선 나설 생각이 없다”면서도 “앞으로 좀 더 (상황을) 보자”고 여지를 열어뒀다. 맹 장관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막판 오세훈 카드가 등장하면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대표적 친박계 인사로 친이·친박 계파를 불문하고 인적 교류가 깊다는 평가다.

문제는 후보 선출 방식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경선을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나경원 최고위원을 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맹형규 카드를 밀어붙이려면 전략공천 밖에 답이 없다는 얘기다. 이는 명분이 부재함과 동시에 지도부의 위험부담이 커 고민이 깊다는 얘기도 들렸다. 서울지역 의원들은 1일 별도 모임을 갖고 서울시장 후보는 경선을 통해 선출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진성호 의원은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선이 불가피하며 이같은 뜻을 홍 대표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 대표가 사실상 나 최고위원을 전면 배제하고 나선 상황에서 맹 장관 외에 마땅한 카드를 찾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또한 자신을 향한 차출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홍 대표는 나 최고위원을 ‘탤런트 정치인’이자 ‘오세훈의 아류’로 치부한 바 있다.

한편 필승카드로 낙점, 그간 영입에 공을 들였던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무소속 출마로 결심을 굳히면서 최종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인은 1일 “안 교수가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보인다”며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후보가 아닌 제3지대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 교수와 가까운 ‘시골의사’ 박경철씨도 “안 교수가 고민이 깊은 것은 사실”이라며 “출마한다면 100% 무소속”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안철수 카드가 불발됐지만 그가 무소속으로 선회함에 따라 한숨을 돌렸다는 기류다. 한 핵심당직자는 기자에게 “안 교수는 30~40대와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카드였다”며 “영입이 무산된 것은 안타깝지만 무소속으로 나설 경우 민주당 표를 잠식할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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