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무역수지가 19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면서 닷새째 하락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외환당국이 환율 하단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환율 하락을 이끌었다.
달러·원 환율은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5.50원 내린 1061.30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 26일 이후 5일 연속 하락하면서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전 수준까지 내려갔다.
개장가는 소폭 내리는데 그쳤지만 무역수지가 지난달 8억달러 흑자로 발표되면서 환율은 하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초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흑자를 유지해 시장이 안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은행권과 역외 모두 달러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달에서 이월한 중공업체의 네고물량(달러 매도)도 나오면서 환율 하락을 자극했다.
이날 시장참여자들은 달러 매수에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5.3%로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탓이다. 외환당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환율 하단을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 막판 코스피가 하락 반전해 역외를 중심으로 숏커버(매도했던 달러 재매수)가 나오면서 환율은 2원 가량 반등했지만 하락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외국인 코스피에서 1조947억원을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최근 달러화는 유로화에는 강세를 보이지만 호주 달러, 스위스 프랑, 우니라나 원 등에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각 나라의 경제기초여건에 따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환율은 당분간 하향안정화를 보이겠지만 유럽 신용위기가 남아있어 언제든 상승 반전할 여지는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다른은행 딜러는 “환율 하락세로 수입업체의 결제수요(달러매수)도 급할게 없다”며 “다음주에는 1050원대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후 3시52분 현재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달러당 0.25엔 오른 76.85엔이다. 유로화에 대한 달러 환율은 유로당 0.0054달러 내린 1.4357달러에 거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