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가로막는 불합리한 세제 등 고쳐야 '더 큰 나눔'

입력 2011-09-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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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거액 사재출연 계기 개인기부 확산 분위기

▲최근 범현대가 일가의 잇따른 사재출연으로 개인기부문화 확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를 포함한 범현대가의 사재출연으로 설립키로한 아산나눔재단 설립관련 기자회견.(사진=연합뉴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사재 5000억원을 해비치복지재단에 출연키로 하면서 우리 사회에 기부문화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을 포함한 범현대가 오너와 계열사들이 5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보름새 범현대가 오너 일가 및 계열사들이 총 1조원이라는 거금을 사회에 기부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다른 재벌 오너 일가들이 이같은 사재 출연 방식의 기부행렬에 동참할 지 재계와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와의 간담회에서 기부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지만 재벌을 포함한 개인들의 기부확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는 암묵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복지가 강조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개인들의 기부 확산은 한정된 복지재정을 보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합발전이라는 이념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가예산이라는 것이 한정된 상황에서 개인기부가 늘어나면 정부복지재원을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기부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개선되고 세제 혜택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기부문화 확산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재능기부 등 기부활동 다변화 필요= 흔히 기부라고 하면 돈이나 주식, 부동산과 같은 현금화가 가능한 물건들로 이뤄지는 것을 말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기부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로보노(Pro Bono)’로 불리는 재능기부다. 프로보노는 공인회계사나, 세무사, 변호사 등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지식을 공익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에서 도움을 줘 일반적인 자원봉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프로보노는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프로보노단을 결성, 사회적 기업 육성 지원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국내 그룹 가운데 올해 말까지 최초로 28개 계열사 임직원이 가진 재능을 나누는 재능기부 캠페인을 벌이기로 하는 등 재능기부는 새로운 기부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외에도 기부를 통해 어려운 사람들의 생계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지난 2009년 저신용등급 서민들을 위해 시작된 미소금융사업의 재원마련을 위해 미소금융중앙재단은 기업 기부금 외에도 개인들을 대상으로도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복지재단 관계자는 “다양한 기부처가 마련되면 그만큼 기부활동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부처가 다양하다는 내용이 적절히 알려지고,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익재단 투명성 확보 시급= 기부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부금을 운용·관리하는 공익재단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국내 대표적인 공익재단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들이 모금한 성금을 유흥비에 사용하거나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또 사학재단이나 종교재단, 대기업 계열의 복지재단들이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 불법행위를 일삼았던 일도 기부문화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서울에 사는 장윤호 씨(33)는 “각종 복지관련 단체들이 기부금을 엉뚱한 곳에 사용한다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좋은 곳에 쓴다는 뿌듯함에 쌈짓돈을 털어 기부했는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도 이렇다면 사설복지재단의 기금 유용은 얼마나 심각할 수준일지 짐작이 간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의 개인기부규모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개인기부규모(2008년 기준)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0.1%(미국 1.67%) 수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각종 단체들의 벌떼식 기부 요청도 기부문화 확산을 저해하는 하나의 요소로 꼽힌다.

실명으로 선행을 베푼 사실이 알려지면 각종 단체와 사회후원시설들도 자신의 시설에 기부를 요청하는 일이 쇄도하고 있다. 이같은 사회복지단체와 기관들의 관행이 기부의지를 펼치기도 전에 꺾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 재벌가 솔선수범, 개인기부 확산 기대= 범현대가의 1조원 기부는 재계 전반의 기부확산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기업단위로 이뤄지던 기부가 재계 총수들 개인 기부로 전환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벌들의 기부확산이 이어지면 복지재원 확보 뿐만 아니라 계층간 갈등을 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나 프랑스의 재벌들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맞아 부자 증세를 주장하는 점은 한국의 재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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