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은 사재출연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기업인의 사재 출연이 이어지면서 지난 31일 열린 청와대-재계 공생발전 간담회 자리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올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 모두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정몽준 의원 등 범현대가 오너들의 5000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한다고 밝혔고 28일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5000억원 해비치 재단에 출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재계 공생발전 간담회에서 재계 총수들의 사재출연이 화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회의 내내 사재출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없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공생발전을 위한 기업 총수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미 상당한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그런 점에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기업 오너들의 사재출연을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2008년 특검 수사 후 실명으로 전환한 차명재산 중 세금과 벌금 등을 내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는 약속했던 이건희 회장이 그 이행 내용을 이날 회의에서 공개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그와 관련한 구상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최근 5000억원의 사재 기부방침을 밝힌 정몽구 회장과 범현대가그룹의 5000억원 출연을 주도한 현대중공업의 민계식 회장도 이에 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재 출연 이슈는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 대통령이나 재계 총수들이 개인적인 사안인 기부 문제를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대화 주제에서 배제했다는 것.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 앞에서 사재출연 사례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현대가 외 나머지 그룹 총수들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하는 메세지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사재출연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그간 이와 관련된 발언을 계속해왔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삼성이 후원금을 많이냈다”고 소개하자 이 대통령이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이니까 당연히 많이 내야죠”라고 말하기도 했고 17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범현대가의 재단 설립을 두고 “굉장히 잘한 것”이라고 극찬한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기업 오너의 사재출연 등 사회적 책임 이행에 대한 정치권의 요구와 기대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