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전이 뇌혈관 막아 뇌 손상ㆍ신체장애…급성 발병 땐 3시간 내 병원 도착해야
최근 SK 와이번즈의 간판투수 김광현이 안면마비 증세로 뇌경색 진단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야구팬과 누리꾼들의 높은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다행히 김광현 선수는 치료 후 재활훈련을 마치고 복귀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제 겨우 스물 넷인 건장한 젊은 야구선수가 ‘뇌경색’을 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흔히 뇌경색은 50대 이상의 중·장년 층에게서 많이 발병하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최근 뇌경색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이 질환에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비만, 고혈압, 당뇨병 환자가 늘면서 젊은층 뇌졸중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초기 신속 치료가 운명 좌우 = 뇌경색은 혈전(피떡)이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을 막아서 뇌손상이 오고 그에 따른 신체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졸중의 한 종류로 ‘급성허혈성뇌졸중’이라고도 하며, 전체 뇌졸중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뇌경색은 원활하지 못한 혈액순환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몸에 무리를 주는 나쁜 습관이나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만성질병이 뇌경색의 위험성을 높인다.
대표적인 증상은 반신마비, 언어장애, 시각장애, 어지럼증, 갑작스런 심한두통 등이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혈관이 막힌 후 뇌세포는 급속하게 손상을 받는데, 이렇게 한번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다. 뇌경색에 있어 초기에 어떻게 신속하게 처치하느냐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까닭이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신경과 홍근식 교수(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는 “급성기 뇌경색 치료의 핵심은 빠른 시간 안에, 늦어도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뇌경색의 경우 뇌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녹이기 위한 약물을 투여하는데, 이러한 혈전용해제 치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반면 가장 위험한 부작용인 뇌출혈의 위험은 시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또한 “3시간이 지나더라도 포기하고 집에 있어서는 안된다”며 “경우에 따라 동맥혈전용해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혈전용해술을 시행하지 못하더라도 뇌경색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와 합병증 등을 예방·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가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만성질병의 꾸준한 관리로 예방 = 뇌경색 치료에 있어 혈전용해제는 3시간 이내 투여해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따라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공인된 정맥혈전용해제인 ‘TPA’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3시간 이내 사용토록 허가되어 있다.
그러나 환자가 병원에 도착 후 검사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2시간 이내는 도착해야 TPA 혈전용해술 치료가 가능하다.
TPA는 재조합 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제’라 불리는 주사약이다. 이 약은 발생 후 3시간 이내 정맥을 통해 투여하면 혈관을 막고 있던 혈전(피떡)을 녹여 혈액 흐름의 정상화를 도와 뇌가 더 큰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한다.
전세계적으로 TPA제제는 독일계 제약회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의 액티라제(성분명: 알테플라제)가 유일하다.
TPA는 유로키나아제, 스트렙토키나아제 등 기존의 1세대 혈전용해제들에 비해 동일용량에서 효과가 더 좋고, 전신 출혈이나 알러지 반응과 같은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또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약물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뇌졸중 진료지침들은 새로운 연구 결과에 근거해 4.5시간 내 TPA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조만간 4.5시간으로 확대 사용이 허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번 뇌경색이 발생했던 환자는 다시 뇌경색이 재발할 위험성이 높다. 매년 4~10%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게 되는데 재발하는 경우는 처음 뇌경색이 발생했을 때에 비해 후유증이 더욱 심각하게 남을 수 있으므로 꾸준한 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다.
특히 김광현 선수와 같이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뇌경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를 유발할 수도 있는 기저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의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가 필요하다.
김용재 이대목동병원 뇌졸중센터장은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줄이고 적정량의 체중을 유지할 수 있게 꾸준히 운동하고 움직이는 생활습관을 기르는 것이 뇌경색 예방의 지름길”이라며 “단 운동 중 심한 충격에 의해 목이 꺾이게 되면 혈관벽이 찢어져서 뇌경색을 유발 할 수도 있으므로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