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24.SK텔레콤)이 미국프로골프(LPGA)투어 세이프웨이클래식 최종일 연장전에서 세컨드 샷한 볼이 그린에 오르지 못하고 해저드에 빠져 ‘100승 신화’달성에 실패했을때 툭 던져 볼 만한 말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도 종종 같은 일이 벌어진다. 대표적인 선수가 토미 게이니(36.미국). 지난 2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 첫날 63타를 친 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 그러나 최종일 공동 8위로 밀려났다. 22일 끝난 윈덤챔피언십에서도 첫날 63타를 치며 2라운드까지 선두. 3일째 2타 뒤지더니 4일간 60타대를 치고도 최종일 3위로 밀려났다.
그런데 TV를 시청한 사람들은 게이니를 보고 조금 의아해했을 것이다. 여자아마추어 골퍼처럼 양손장갑을 끼고 스윙을 한 모습이 신선하게 보였을 터. 그런데 더욱 놀랄 일은 퍼팅하면서도 양손장갑을 그대로 낀 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때문에 그의 별명은 ‘양손장갑(Two Gloves)’다. 그가 양손장갑을 착용하는 것은 습관 탓. 주니어시절 야구를 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그는 183cm의 큰 키로 32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력이 주무기이고 아이언의 그린적중률도 상위권에 올라 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이번 윈덤챔피언십에서 퍼팅수가 27.8개로 1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평균 퍼팅은 PGA투어에서 70위권이다.
양손장갑이 게이니의 심볼마크가 되긴했지만 프로골퍼들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게이니가 우상으로 여기는 프레드 커플스(61.미국)을 비롯해 은퇴한 멕시코의 로레나 오초아, 로리 케인, 리 잰슨 등은 맨손으로 클럽을 잡는다. 커플스는 ‘고온다습한 시애틀에서 자랐기 때문’이라는 것이 맨손 그립인 이유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36.미국)를 비롯해 세계골프랭킹 1위 루크 도널드(34.잉글랜드) 등은 한손에만 장갑을 낀다. 가죽 장갑은 맨손보다 점착성이 좋기때문에 그립을 더 견고히 할 수 있어 샷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국프로골프투어에서 7승을 거둔 조철상(53.아담스골프)은 “오른손 감각이 중요하다. 그래서 오른쪽은 장갑을 끼지 않는다. 왼손 장갑도 가급적 얇은 것을 쓴다”면서 “장갑을 끼면 손과 그립의 일체감을 높여준다. 스윙시 회전축의 힘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 거리를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골프장갑의 특정 부분이 심한 마모가 되거나 훼손되면 결국 잘못된 스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갑은 스윙이 올바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barometer) 역할을 한다. 장갑이 더러워지거나 구멍이 나거나 오랜된 것을 사용하면 그립이 망가지고 이는 좋지 않은 스윙으로 연결돼 실수를 낳는다.
이때문에 정상급 프로들은 1라운드에 2~3개의 새장갑을 사용하는 것이다.
골프장갑 전문가 황용훈 GMG골프대표는 “장갑은 굳은살이 박이거나 물집이 잡히는 것을 방지해 준다. 맨손보다 장갑을 착용하면 그립을 단단히 잡을 수 있고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 스윙 도중에 클럽이 돌아가는 것을 막아 미스 샷을 줄이는데 유용하다”면서 “장갑은 약간 작다 싶을 정도로 손에 꽉 끼는 게 좋다. 헐렁하면 클럽과 손바닥에서 각각 놀아 미스 샷을 유발할 수 있다. 가급적 새장갑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