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세권개발(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 출자한 건설사(CI)들이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다. 1조4000억원에 이르는 랜드마크의 빌딩 입찰조건이 사실상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만을 위한 공모조건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일부 건설 출자사들이 지분을 반납하고, 사업포기를 추진하고 있는 것.
실제로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랜드마크 빌딩 사업설명회 초청조차 받지 못한 데다, 전환사채(CB)까지 인수해야 하는 부담만 늘어나자, 최고 경영진들이 사업포기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공모 설명회가 열린 지난 17일 공개된 랜드마크 빌딩 시공사 선정 기준이 특정 건설사, 즉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에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과의 컨소시엄 구성자체 마저 차단하면서 타 대형건설사를 포함해, CI건설사들의 사업참여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림허브PFV에 출자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입찰조건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우린)들러리에 불과했다. 결과가 뻔히 보이는 싸움”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견건설사들은 더 격앙된 반응이다. 엄연히 드림허브 출자사이면서도 시공권은 커녕, 랜드마크 빌딩 사업설명회의 초청장 조차 받지 못한 데다 4000억원에 이르는 전환사채 인수참여 대한 부담은 출자지분 만큼 가져야한다는 점이 건설사들을 자극시킨 것. 특히 이럴 바에야 보유한 지분을 처분하고 사업포기 선언을 추진하겠다는 건설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드림허브 출자사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코레일이 시공권은 주지 않고 CB물량만 받아가라고 한다. 랜드마크 빌딩에 대한 참여 자체를 막고 있는데 앞으로 호텔 등 다른 시공물량도 오죽하겠느냐”며 “최근에는 CI들끼리 협의조차 없다. 사업철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용산역세권개발 사업 자체의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당장 사업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지분을 받아 줄 건설사가 없어 진퇴양난에 빠져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또다른 CI건설사 관계자 “이미 최고경영진에서 사업참여 포기를 추진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수익성 자체에 문제가 있어 끝까지 사업이 간다는 보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지분을 받아 줄 건설사가 없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남광토건과 우미건설이 지분포기를 추진했으나 지분을 넘길 주주가 나타나지 않아 여전히 출자사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드림허브 관계자는 “초고층 빌딩의 건축 능력을 기준점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타 건설 CI들에게도 나머지 시공물량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