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개발 사업 기부채납 ‘발목’

입력 2011-08-1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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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발표 합정·여의도·이촌 구역 사업 ‘올스톱’

서울시내 재개발 사업장들이 기부채납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 선언과 함께 초고층 개발 계획의 핵심지역으로 선정한 전략정비구역 5곳 모두 기부채납 문제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서울시는 주민설명회를 열어 25.5%의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평균 335%까지 용적률을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압구정 전략정비구역 계획안을 공개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주민들 대부분은 여전히 수익성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며 이럴 바엔 재건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에서 기부채납은 1000억원 규모의 뚝섬~압구정동 보행교 건립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선 공공시설인 다리를 짓는 비용을 직접, 그것도 압구정동 주민들만 부담해야 한다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압구정동의 한 주민은 “25.5%라는 기부채납 비율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초고층 계획의 발상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의 일방적인 통보 형식으로 이뤄졌고, 정작 이곳의 주인인 주민들의 호소에는 귀를 막는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압구정 외에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된 4개 한강변 전략정비구역에서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긴 마찬가지.

지난 1월 발표된 부지 합정·여의도·이촌 전략정비구역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안 역시 기부채납에 대한 주민 반발에 부딪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여의도의 경우 기부채납 비율이 40% 이상이어서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현재 여의도 지구 전체 가구 수의 약 80% 가량이 지구단위계획안을 반대하는 서명을 영등포구청에 제출한 상태다.

5개 전략정비구역 중 사업속도가 가장 빠른 성수지구는 과도한 기부채납으로 인해 원주민 재정착률이 17~18%도 안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30.6%의 기부채납 비율이 적용되는 이곳은 가구당 최소 1억원 이상의 추가 분담금이 예상돼 재개발이 이뤄져도 이를 부담할 능력이 안되는 주민은 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타지역으로 떠나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기부채납은 토지와 용적률을 교환하는 것이며, 주민 입장에서 손해 볼 게 없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시 주택기획국 관계자는 “기부채납을 통해 용적률과 층수가 높아지게 되면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이득이 주민이 돌아가는 것”이라며 “논란이 되고 있는 곳들의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주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얻는 과정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현행 기부채납 제도를 끝까지 고집하는 이상 해당지역 주민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공공성에 따른 비용을 일방적으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하지 않은채 ‘하든지 말든지’ 선택하라는 것은 강제수용방식과 다를 바 없다”면서 “기부채납 시 해당 시설부지의 공공성에 대한 평가지표를 도입하는 등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방안이 활발하게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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